총선 100일 선거구 없는 초유의 나라…청와대 신년인사회 불참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무능을 넘어 이 정도쯤되면 오만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총선을 100일 앞둔 4일까지 ‘선거구 없는 나라’로 전락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인 1일 0시부터 전국 246개 선거구는 법적으로 폐지된 지 나흘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5일까지 획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대로라면 8일 임시국회 종료때까지도 불명확하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획정위는 선관위 출신 위원장 1명에 여야 추천 위원 4명씩 동수로 구성됐다. 애초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 성향별로 위원들이 갈려 사사건건 대립만 거듭할 뿐이다. 농어촌 배려에, 여당 성향은 충청을, 야당 성향은 호남을 고집하고 있다.

그야말로 헌정사상 초유다. 총선을 100일 앞두고 선거구가 실종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국회가 기득권에 얽매여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가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처지가 됐다. 이름깨나 알려진 이들은 답답함이 없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초래한 국회는 여야는 서로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있다. 국민 앞에 이보다 더 오만한 행태는 없다.

   
▲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 불참의 변으로 “일본군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고 국회 협상도 제자리걸음인데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사진=연합뉴스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년인사회를 열고 집권 4년차 국정 운영에 대해 피력했다. 신년인사회에는 5부 요인, 여야 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경제5단체장, 서울시장 등이 초청 대상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참으로 불손하다.

신년인사회는 한 해의 새로운 비전과 정책 구상을 밝히는 자리다. 아울러 소통과 화합으로 지난 앙금도 씻어내는 자리다. 그래서 으레껏 야당 지도부도 참석해 온 것이 관례다. 헌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불참의 변으로 더민주 관계자는 “일본군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고 국회 협상도 제자리걸음인데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가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2014년 신년인사회에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15년 신년인사회에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변명이 기가 막힌다. 국민은 알고 있다. 현재 더민주의 당안팎 상황을.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시작된 분당이 3일 김한길 전 대표로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더민주는 혼돈 그 자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변명은 누워서 침뱉기다.

제 1야당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또 다시 지겨운 남탓으로 돌린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움직일 위치가 아니다. 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망각한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조차 저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절망한다. 제 1야당을 분당 위기에 몰아세운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대표다. 내홍으로 민생을 팽개친 것도 제 1야당의 무기력함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을 상대로 국민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아예 포기했다.

문재인 대표는 민생은 고사하고 야당으로서 국민의 뜻마저 무참히 짓밟았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행으로 하나 둘씩 빠져 나가는 소속 의원들로 당 지키기에 바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도 국민이 존재할 때 의미가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담임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는 자식을 부모는 뭐라고 타이를까?

지금의 정치권은 입이 열 개라도 국민에게 할 말이 없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정쟁으로 제 1야당은 붕괴위기다. 여당은 그런 야당에 입만 뻥긋할 뿐 강 건너 불구경이다. 연휴가 끝난 병신년의 첫 날이 참으로 우울하게 시작되고 있다. 100일 남은 총선에서 이들은 무슨 거짓말로 또 다시 국민 앞에 표를 호소할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후안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