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등 국민 안전 외면…안보 빅텐트 주도 차별화 해야
   
▲ 성빈 변호사, 한국안보형사법학회 편집이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안철수의 길, 안보 빅텐트(Big Tent)를 주도하라

‘국민이 안전한 나라’, 안철수 신당의 지향점이 되야

안철수 신당이 당 이름을 찾기도 전, 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고무적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심지어 4․13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이 80여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야당 성향 정치평론가의 자조적 예측도 있다. 안철수 신당의 산뜻한 출발에 함께 하지 못한 뭇 정치인류들의 시샘까지 엿보이는 상황이니 흥행 조짐이 없지 않다. 안철수 현상이 없어지면서 잊혀져 가던 정치인 안철수에게 탈당이라는 묘수는 기대치 않았던 국민적 여론을 불러 모았다. 당분간 안철수 신당의 공략 대상은 호남과 30-40대 청장년층인 듯하다.

안철수 신당은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할 개혁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운동권 정당으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옳은 말씀이다. 한편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신당추진의 한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양비(兩非)의 두 대상이 안철수 신당에게는 어쨌든 좋은 먹잇감이다. 윤여준 장관이나 이상돈 교수를 영입하여 신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곧 창당은 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이같이 예상 가능한 범주에만 머무른다면 실망이다. 시민들이 안철수에게 불안해하는 것은 또 다시 철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신에 있다. 그에게서 정치지도자로서의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사람이 물러 보였다.

이런 신당 컨셉은 어떨까. 산적한 경제 현안에 대해 안철수의 입장을 파기 시작하면 금세 밑천이 드러나 신당의 생명력은 조기에 쇠할 수 있다. 그가 언젠가 얘기했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기치는 아직도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안보현안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 정권과 패권주의를 싸그리 심판하는 양비론만으로는 안철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필자가 속한 ‘안보형사법학회’는 한국적 안보 현실을 고려하여 창립된 순수 학술단체로서 20세기적 ‘자유’를 넘어서 21세기적 ‘안전’이란 화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일수 초대 학회장의 일성을 요약해 본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이후 6.25 전쟁을 겪으면서 무엇보다 안보에 목말라 있는 민족입니다. 그러면서도 과거 50년 동안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중요한 안보영역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었던 것은 새삼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상기해 봅니다. 무릇 이번 파리 테러 참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나라도 만일의 테러와 같은 안보범죄에 대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20세기의 ‘자유’ 못지않게 21세기의 ‘안전’이란 화두는 현대사회의 항구적인 불안정, 즉 생태계 위험, 에볼라나 메르스 같은 질병 감염 위험, 원자력, 화학물질 위험, 테러 위험 등을 반영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남과 북의 분단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안전 위주의 예방(豫防) 형법으로 변모를 거듭하면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어도 안보범죄에 있어서만큼은 강제처분권의 전진 배치, 전화 감청, 인터넷 비밀검색, 신분위장 수사관 투입 허용범위 확대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추정된 위험에 대한 자유 제한 조치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보관이나 휴대전화 감청설비 구비 의무 같은 부담을 새로이 직면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2015년 11월 24일 한국안보형사법학회 창립 개회사 중 발췌)

어떠신가. 북으로는 예측불가능의 김정은이 핵무장하고 있고, IS 등 극단적 외생테러를 비롯한 내부적 자생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안전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국회는 테러방지법 등 안보법제 마련에 관심이 없다.

안철수 신당에 제안한다. 안철수의 길은 안보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전제로 안보 빅텐트(Big Tent)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빅텐트는 특정 계급이나 이념에 한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정당을 의미한다. 안보 빅텐트는 건전한 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현 정권과도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과단성을 전제한다. 안보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더불어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은 그로써 충분하다. 잘하면 그로써 패권주의 고립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통진당과의 연대 전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씻어낼 수 있다.

   
▲ 시민들이 안철수에게 불안해하는 것은 또 다시 철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신에 있다. 그에게서 정치지도자로서의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사람이 물러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안보 빅텐트에 찬동하는 인물이라면 좌우 진영 불문하고 모시는데 필요한 안락의자를 이미 하나 마련해 놓은 것이니 이 얼마나 탁월한 창당 전략인가. 꽃가마까지는 아닐지라도 전신 마사지 기능이 있는 안락의자 정도는 되지 않을까. 호남이라는 지역기반만으로는, 정권과 패권주의를 싸그리 심판하는 양비론만으로는 안철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다. 안철수 신당의 출발은 안보 빅텐트 위에 국민의 여론을 오롯이 받아 이를 실천해 낼 수 있는 각 진영의 개혁적 인사들을 초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안철수는 원래 의사였다. 그러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 국민들에게 백신을 무상 배포하여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메르스 사태로 불안에 떨었던 국민에게 안철수 표 ‘안전’ 백신을 만들어 보내 주라. 안보 빅텐트로 신당의 큰 틀을 짜고, ‘국민이 안전한 나라’로 국민 전체를 통합해 낼 수 있다면 그는 곧 강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성빈 변호사, 한국안보형사법학회 편집이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