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새해 첫날부터 중국발 쇼크에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와 증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성장 엔진인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와 증시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당국의 목표치인 7%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극한 대립으로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장에는 코스피지수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발 국내 증시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일단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측면에서 불거진 만큼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강한 반등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상고하저’의 증시 흐름 예상을 정확히 맞췄던 NH투자증권의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지난해와는 반대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예상하면서 이번 중국발 쇼크를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국과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 증시가 폭락했지만 특별히 새로운 뉴스는 없었고 수급요인을 두고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증시의 수급적 측면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상반기에 금리인상을 예정하고 있어 중국이나 한국증시나 크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증시가 2분기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 상반기에는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며 “미국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채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하반기에는 금리를 못 올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자연히 증시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국제유가 역시 전일 사우디와 이란이 저렇게 갈등을 빚어도 결국 하락세로 마감했다”면서 “공급과잉이라는 펀더멘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반등은 어렵고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일시적 충격이 있더라도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쳐 버블을 걷어내겠다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대외적 악재에는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지만 이로 인한 국내 증시 영향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부사장은 “국내 증시는 이미 바닥권에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국제유가 역시 사우디와 이란이 전쟁까지 가지 않는 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급등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국제유가는 올라도 떨어져도 걱정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중국발 쇼크를 촉발시킨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8.2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48.9는 물론 전월의 48.6을 밑도는 수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경기나 증시가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차이신 제조업 PMI는 중소형 종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대형주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측면에서 불거진 만큼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사진=TV조선 캡처

조 센터장은 “숨어있는 악재가 안 보이고 있어 충격은 단기간에 그치고 중국 증시에 일시적 수급제한이 오더라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 증시 하락세가 커지면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5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오는 8일로 예정된 상장사 주요주주의 지분매각 제한 조치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만간 발표될 새로운 관련 규정에는 대주주가 대규모로 지분을 처분할 경우 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이 항상 좋을 수는 없고 성장률이 저하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인데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아직도 성장률이 높다”며 “사우디와 이란 간 분쟁으로 인항 국제유가 상승 우려도 큰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리 대표는 “한국 경제와 증시의 악재는 중국이나 국제유가가 아니고 고령화”라며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으려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가 애를 써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