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없는 주택시장 '사상누각'
올해 분양과 주택시장이 사면초가다. 지난 해 주택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키워드인 ‘매매거래량 증가’ ‘전세가격 증가’ ‘월세 전환’ ‘분양시장 열풍’ ‘수익형 부동산 활기’의 5가지 호재는 명멸하고 도처에 악재 가득, 지뢰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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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용 CR피플앤시티 대표 |
지난 해 주택시장은 ‘부동산 3법 통과’와 ‘금융규제 완화’ 등의 양대 정책 호재에 힘입었다. 이들 호재는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달갑지 않는 악재로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규제라는 패키지 규제가 주택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중이다. 지난 연말연시에는 불확실성 점증으로 ‘거래절벽’이라는 섣부른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주택 매매시장은 지역적으로는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강남지역보다는 강북지역에서 거래량이 많았고 유형적으로는 아파트보다는 비아파트(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의 거래가 활기를 띄었다. 과거 실 거주와 투자를 위해 주택(아파트)을 매입하던 방식이 아닌 거주비용 증가에 따른 생계비용 절감을 위해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시장 생사여탈권 "금융"
주택매매시장의 핵심 열쇠는 주택금융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4분기부터 시작된 원리금균등 상환방식에 따른 고정식 금리적용에 따라 주택매입과 거주비용의 부담은 늘어났다. 게다가 올해 7월에 연장여부가 결정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주택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수요심리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주택매매와 분양시장에 악재다.
장기 불황기라고 하더라도 전국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된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금융위기 이후 대구와 부산, 울산 등 지방 대도시는 침체를 딛고 보란 듯이 집값이 급등했다. 수도권 판교와 위례, 광교도 마찬가지다.
@사면초가 주택분양 시장
올해 주택시장 환경은 지난해보다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나 ‘돈이 되는’ 시장은 분명 존재한다. 제2판교 등 고소득 이머징 시장과 수요층 밀집지역, 기간시설을 비롯한 주민편의시설 및 교통편의 시설이 좋은 곳은 지난해에 이어 ‘핫 플레이스’로 시선을 집중시킬 것이다. 반면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일시 반등한 지역들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상품별 양극화 심화다.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활기를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다. 지난 해 분양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던 택지개발지역 착한 분양가와 전매 허용, 그리고 청약 1순위 완화 등의 약발이 다한 탓도 있으나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가 벽에 부딪친 데다 가계의 곳간이 빈 탓이다. 구매력 한계다.
경제도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집값은 소득이 뒷받침됐을 때 시장이 탄력을 받는다.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인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긴축 경영으로 돌아서고 현대차는 그룹 사상 처음으로 판매 목표를 낮췄다.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시스템 탓?
담보대출을 통해 ‘누워서 떡먹기’식으로 영업하며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조롱받는 금융권은 후진 시스템마저 부실이 우려되면서 갈수록 대출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기존 시장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시장의 유동성 저하가 불보듯 하다. 바꾸어 말하면 시중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곳간이 비어간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 해 1분기 기준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는 4,321만원으로 1년 전인 2014년보다 203만원(4.9%) 증가하였고,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총 부채를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부채는 동 기간 130만원(2.2%) 증가한 6,181만원이다. 반면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평균 3,92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5만원(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이 부채보다 적었던 지난해 집장만은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담보잔치였다는 얘기다. 주택건설업계는 올해 분양물량을 지난 해 대비 25~30% 축소했다. 수요기반 약화를 감안한 것이나 이마저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될 지에 대해 주택건설업계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니다.
때맞춰 전국의 아파트 미분양은 증가세다. 따라서 올해 분양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한 해로 관망세가 짙어질 전망이다.
@전월세난 지속, 서민 살림 '겹주름'
연초부터 남의 집살이에 벌이마저 시원치 않은 서민층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미친’ 전월세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임대주택가격은 주택수급뿐만 아니라 저금리시대 집주인의 임대소득 극대화 방편과 밀접하다. 주택건설업계가 지난 2014년부터 공급한 분양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가 본격화된다. 이들 입주물량이 전세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으나 최근 2년간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었던 주요 변수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현 정부는 고공행진의 전세값 진정의 처방으로 저금리 전세자금을 집값의 90%까지 허용했다. 시장은 정책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급증한 대출만큼 전세값은 함께 올라갔다. 더불어 집주인은 급등한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시켜 나갔다. 정부의 전세가 안정대책이 전세가격 급등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올해 전세대상물량은 늘어날 수 있으나 치솟은 전세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층은 한정될 전망이다. 소득이 낮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전세수요는 전세가격이 낮은 곳을 찾아 떠나고 상당수는 월세에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올해 전세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더불어 월세 민간 공급자들은 잠재 자본이익 감소를 피해 보유 집의 월세 전환을 더욱 서둘 것이다.
@주택과 시장, 민생 살리기 출발점 "성장"
2016년 올해 주택시장은 연중 ‘지역 양극화’와 ‘금융 규제와 유동성’, ‘전월세난’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수출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을 우려, 정권 초기부터 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해 내수 진작에 온힘을 쏟았다. 분양시장의 경우 후분양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사실상 풀었고 금융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분양시장을 포함한 주택시장은 수요드라이브 정책에 따른 것이기에 내실이 있을 수 없다. 내일의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시장은 ‘속빈 강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득원천에 따른 대출규제와 후반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을 규제하는 등 자금 유동성을 규제할 태세다.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던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적색 경보가 켜진 탓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택시장은 사상누각이다. 올해 집값상승과 경제성장이 이어지지 못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의존도가 높은 중산층은 무너지고 무주택 저소득층의 거주 비용비중은 날로 상승, 삶이 팍팍해질 공산이 크다.
올해 주택시장은 기로에 처해있다. 단정 예측하기가 기회보다 위기의 변수가 더 많은 한 해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주택시장도 성장 없는 가수요가 불러올 후폭풍은 큰 법이고 뒷감당하기 어렵다.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한 방편은 따로 없다.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살리기다.
새해는 밝았으나 주택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이 아슬아슬하다. 벅찬 새해에 설레야할 민심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성장과 발전의 기대감이 없는 데 따른다. 올해 2016년에는 성장 없이는 나눔이 없다는 공감대만이라도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공감대는 경제 살리기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의 불씨이며 ‘막막’ 민생에 답답함을 풀어주는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김성용 CR피플앤시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