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표가 영입을 추진했던 김부겸 전 의원이 앞서 문 대표 사퇴를 조건으로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맡아보겠다고 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 전 의원은 문 대표가 2선 후퇴한 뒤 비대위원장을 맡는 걸 받아들였다"면서 "그런 얘기를 김 전 의원에게 확인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 것에 대해 “대표가 있는 상태에서 선대위원장에게 선거 관련 전권을 줘도 문 대표 휘하에 있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안 물러나면 여전히 ‘문재인당’인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며 통합을 위해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는 ‘통합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간담회는 통합여행의 중간보고회 성격으로 마련됐다.

그는 통합여행에도 당 분열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첫 번째 통합 취지는 무색해졌다. 1차 통합은 접은 것이다. 2차 통합은 좀 더 낮은 단계”라며 노선 변경을 시사, 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원내대표는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더민주와의 선거 연대 불가를 고수하는데 대해 “안 의원이 자기가 한 말 그대로 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면서도 “선거연대가 없다는 안 의원의 입장은 현 단계에서는 자연스럽다”며 완전히 연대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이제 여의도 정치인이 됐으니 그런 수사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다만 안 의원의 화법에 대해선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새 물결을 만든 사람으로 기존 여의도 언어를 무시하거나 좀 다르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 거두절미하고 바로 다른 언어를 얘기하니까 나와 같은 여의도 정치인들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생각이 결정되면 요지부동이다. 문 대표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자신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 대표와 비유, “안 의원은 검증이 안됐다. 문재인 대표는 검증돼서 회자되는 것이고 안 의원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의 높은 지지율에 관해선 “실체가 있다고 본다. 몇 달 내 깨질 것이라는 것이 친노(親노무현)의 분석인데 이런 것은 안맞을 것”이라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다소 조정받는 정도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원내대표는 탈당파의 교섭단체 구성(현역 의원 20인) 가능성에 대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섭단체가 되면 되지, 굳이 교섭단체 자체를 목적으로 두고 연연할 필요는 없다”면서 “곧 될것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해선 "이쪽(더민주) 당 의원들의 거취가 결정된 후 나중에 움직여야 한다"며 "가장 먼저 튀어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최고위에 안들어간다. 최고위는 웅덩이에 물이 차고 다 차서 앞으로 나갈 때 하겠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6일 최고위 회의 복귀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탈당이 거론되는 최원식 의원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미 탈당한 권은희 의원의 경우 천정배 의원과 합친 뒤 통합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선 ”완전히 진보주의자로 DNA가 바뀌었다“면서도 안철수 신당과 합치기 어렵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는 어제도 봤는데 자꾸 멀어지는 것같다”며 “부산 마이너리티 생각이 세서 그런건가. 신흥무관학교 주축도 양산농업조합 출신들이었다. 박헌영도 거기 출신이다. 부산개혁파가 여의도를 바꿀 힘이 있느냐”고 말했다.

또 “문 대표는 호남에서 그렇게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전국 지지율이 오른다. 참 신기하다”고도 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2014년 7·30 재보선 당시 천 의원의 광주 광산을 공천 배제가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의 경쟁관계 때문으로 잘못 알려진데 대한 뒷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때 안 의원이 ‘새누리당은 미래로 가는데 우리는 과거로 간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안 대표는 ‘과거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고 거기에 (출마를 검토하던) 천 의원이 찍혔다. 김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