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제조업, 탈출구는 없는가(上)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국내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수출실적 부진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수출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로선 제조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경제 전반에 치명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 우리나라의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할 정도로 부진이 심각해 수출강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CES에 전시된 삼성전자 모바일기기들의 모습. / 연합뉴스

이에 대한 조치로 정부는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 등 노동 개혁에 힘을 쏟고 있으나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의 반대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제조업 전반의 난항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발 쇼크 세계시장 급냉 가속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수익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0년에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려 4년 새 반 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해까지 이어졌으며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자산 순위 30대 대기업 그룹(공기업 제외)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 57조5600억원으로 2008년의 60조1700억원보다 4.3% 적었다. 정점인 2010년 88조2500억원과 비교하면 30조6900억원(34.8%)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2014년엔 4.3%로 2008년의 6.7%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7.9%까지 개선됐으나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다 4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주요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중국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S6엣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초 현지 시장 출시 이후 4개월 만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S6 시리즈 모델 가격은 800위안(약 15만원) 내려갔다. 갤럭시S6 32GB(기가바이트) 모델은 4488위안(약 84만원), 갤럭시S6엣지 32GB 모델은 5288위안(약 99만원)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9%에 그쳐 두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점유율 만회를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18%, 화웨이가 16%의 점유율로 1, 2위를 달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9만6154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26.6%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같은 달 중국에서 7만14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했다. 중국은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 울산 현대자동차 선적부두에서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미디어펜 자료사진

이같은 실적 악화는 중국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판매가를 대폭 낮춰 현대차 등 해외 브랜드에 비해 30∼40% 싼값에 차량을 내놓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근래 들어 중국 업체들의 차량 품질이 부쩍 향상되고 있어서 올해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기업 연구개발 등 소홀 우려

전반적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주요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보다 현금 보유액을 늘리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위기로 세계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점도 국내 업계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수는 각각 2년과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제조업 경기도 '중국 악재'에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원 수출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제조업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우리나라 역시 수출 부진에 공장 가동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제조업 경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이 살아나지 않자 우리 제조업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8월 급기야 14.7%나 줄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국내 업계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 부진이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친 측면이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경제 둔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여전해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탈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의 힘이 약해진 만큼 올해 2% 중반의 성장이 불가피하다"면서 "개인 소비와 기업 수출을 늘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정부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개혁·노동개혁 등의 조치를 현실화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