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국제유가가 끝없이 떨어져 연일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하면서 국내에 주로 도입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3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4년 4월 이후 12년만이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시장에서 3월 인도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7.2달러까지 하락해 거래됐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1월 중순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진 뒤로도 하락세를 이어간 끝에 불과 두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30달러선이 붕괴됐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원유(WTI) 등의 가격도 32달러대로 추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배럴당 32.16달러까지 2.07달러 떨어졌다. 이날 WTI 2월 인도분은 뉴욕 시장에서 1.87달러(5.5%) 떨어져 32.1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2003년 12월 이후 1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원유 선물의 가격은 이번주 들어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브렌트유 2월물은 사흘 동안 6% 하락한 34.23달러로, 서부텍사스 원유 2월물은 8.3% 떨어진 33.97달러를 나타냈었다.

노무라 증권의 고든 콴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시장 분위기에 대해 "지금은 공포가 탐욕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제의 추가 둔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 선물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원유와 같은 국제시장의 대표 유종뿐만 아니라, 서부캐나다 원유(WCS)와 같은 저품질 원유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원유인 WCS 현물은 7일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내려가 19.8달러에 거래돼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또다른 저가 유종인 멕시코산 마야 원유의 가격도 배럴당 25.55달러에 거래돼 2004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원유 공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 원유국들은 지속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단절 등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실제 공급차질이 발생하거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같은 공급과잉 상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수요는 부진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미국 휘발유 및 중간유분 재고는 전주보다 각각 1058만 배럴과 631만 배럴 증가했다.

휘발유 재고 증가폭은 1993년 3월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이는 미국 내에서 석유제품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쿠싱지역 원유재고도 전주보다 92만 배럴 증가한 6391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석유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지표 악화 및 위안화 평가절하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또 올해 들어 미국과 이란이 원유 수출 재개에 나서는 등 공급 증가 요인이 상존해 당분간 저유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저유가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와 국제유가는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미 달러화 강세가 심화될수록 국제유가 약세 요인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비 OPEC 국가의 공급 감소, 국제유가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금의 시장 유입 증가, 저유가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은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