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타행 송금 수수료 일부 인상 현실화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예대마진이 떨어진 가운데 성장동력이 떨어진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국민 정서상 쉽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 신한은행이 내달 1일부터 송금 수수료 일부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다른 은행들에서도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MBC 뉴스화면 캡처.
8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예대금리차는 2010년 2.94%포인트였으나 2013년 2.31%포인트, 지난해 1~9월 1.98%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는 당기순이익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 축소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비이자이익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은행에서도 수익성 제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지난 6일 신한은행은 내달 1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돈을 보낼 경우 송금 금액 10만원 초과에서 100만원 이하는 이체 수수료를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은행 마감 전 자동화기기(ATM)에서 10만원 이상을 타은행 이체할때 부과되는 송금 수수료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4년여만에 인상하게 된 것으로 타행들에 비해도 낮은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수수료 정상화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영업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타행 이체와 관련해 일부 송금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10만원 이하를 송금할 경우 1000원을 부과하기로 했으며 국제현금카드 발급시 인터넷 사전 신청 없이 이용하면 3만원의 발급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수료 부과, 인상 등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까지도 수수료 인상 러시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데다가 은행들의 수수료 현실화 얘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역시 지난해 말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를 통해 은행권의 저수익성 문제 해결과 관련해 수수료 현실화와 해외진출 등이 필요하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기업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1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의 금액을 보낼때 송금 수수료를 1000원~2000원 수준에서 형성하고 있으며 은행 마감 전 ATM기를 이용할 시에는 700원~1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인상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고객들의 입장과 상충된 방향으로 정서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다수 예의주시는 하고 있지만 본격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거나 당분간 인상계획이 없다는 등의 공식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은 은행에 돈을 맡겨도 수수료를 받고 PB상담만 해도 수수료를 낸다고 한다. 물론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등의 수수료에 비해 송금 수수료는 수익 비중은 얼마 안되지만 현실적으로 낮은 편이라 올려야한다는 은행들의 공감대는 있다"며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자율적으로 할 수있지만 국민정서상 인상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예대마진 등 수익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수수료밖에 이익낼 것이 없다고 보는데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 생기면서 인하해도 모자랄 판국으로 이에 수익성이 떨어지면 운영을 제대로 못했다고 하고 그렇다고 수수료 등을 올리면 '은행권의 탐욕'이라는 지적이 돌아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만 보면 낮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올린다고 했을때 누가 좋아하겠느냐. 아무래도 조심스럽다"며 "다만 다른 은행들도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하면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