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 직후 추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경기 안산상록을)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과 소신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저는 그동안 당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었고, 당을 바꾸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해왔으나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당내 상황에 한계를 느껴 탈당을 결행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협궤열차(挾軌列車)가 달려갈 철길에 작은 침목(枕木)이 되겠다”며 “저는 이제 야권분열의 아픔을 성큼 뛰어넘어 낡은 정치를 허물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일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옛 ‘친정’이 된 더민주를 겨냥, “국민들은 제1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더민주는 야당의 존립 근거인 ‘정권교체’라는 희망을 잃어버린지 오래”라고 지적, “‘온건·합리와 중도개혁’이 아니고선 국민을 통합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 이제 철 지난 민주와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생과 괴리된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며 “거리에서의 투쟁을 의회로 수렴하는 것이 국회의 기능이고 역할인데 오히려 끊임없는 장외투쟁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당의 결정과 의원총회 결의가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물정 모르는 야당”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친노(親노무현)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금 야당이 보여주고 있는 운동권적, 관성적 투쟁주의와 그들만의 순혈주의, 뺄셈의 정치가 정권교체를 가로막고 오히려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강력 비판했다.

아울러 “당내 비주류 의원으로서 당의 변화를 위한 쓴소리를 해왔으나 당내에 견고하게 똬리를 튼 진영논리와 패권정치를 극복하는 일에 턱없이 능력이 부족했다”며 “두 번의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정권 교체야말로 현 단계 최고의 정치개혁”이라고 밝힌 그는 “총선을 보고 대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선을 보고 총선을 바라보는 긴 호흡의 정치가 필요하다”면서 “숨막히는 정치의 어둠을 뚫고 달릴 ‘새정치’의 새벽, 저는 협궤열차를 기다린다”며 ‘안철수 신당행’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민주당의 적자라고 자임해온 제가 더민주를 떠나게 된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저의 한계로 당을 개혁하고 당 노선을 바꾸는 일에 좌절을 느껴 이젠 당 밖에서 제가 가진 온건한 중도 개혁 노선을 관철할 생각”이라고 탈당 취지를 다시금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표 중심의 더민주의 노선에 대해 “진보 강화론의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본다”면서도 “지난 총선 때 통진당(구 통합진보당)과 빅캠프를 하지 않았나. 집권할 수 없는 노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신당’에 갈 생각이냐는 질문엔 “그럴 생각”이라며 “어떠한 제안이나 접촉도 한 적이 없다”면서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김한길 의원 탈당 이후 수도권 중진이자 연장자로서 첫 탈당을 결행한 그는 추가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이 충정 어린 말을 해왔기 때문에 후속 탈당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