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북한의 도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군은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 경계와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일부 포병부대에서 장비와 병력을 증강했으나 아직 특별한 도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군이 언제든지 기습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10일 북한군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했을 때 첫 반응은 방송 재개 5일 만인 8월 15일이었다.

당시 북한 인민군 전선사령부가 '공개경고장'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직접적인 전쟁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북한군은 최전방 부대에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시설 타격을 위한 훈련을 했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10일 만인 8월 20일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군이 155mm 자주포탄 29발을 쏘며 초강경 대응하자 북한은 고위급 회담을 제안, 결국 '8.25 남북합의'로 이어졌다. 고위급 회담 당시 북측은 시종일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이번 대북 방송 재개에 대해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지난 8일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심리전 방송'을 언급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 비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난하는 대목에서 그 대상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라고 언급해 '남조선'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의 내용이 담긴 확성기 방송에도 남한을 겨냥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4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이번 사태가 작년 8월과는 다르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작년 8월의 경우 북한의 국지적 도발로 촉발된 남북한 사이의 대결 구도였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전략적 도발로,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대립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대북 공조에 착수했지만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대북 제재의 결정적인 키를 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재로서는 북한이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움직임을 지켜본 다음 남한에 대한 대응 방향과 수위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는 지난해 우리군의 강경대응으로 단순 포격을 일으키기보다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각종 탄도미사일 등 신무기를 이용한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