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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기자 |
2016년 1월 12일은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사망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이 대사가 나왔다는 건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한 에피소드가 끝날 시점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한다. 비슷한 전개는 ‘명탐정 코난’에서도 반복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못내 아쉬워지는 이 순간이야말로 추리물을 즐기는 이유다.
이런 방식의 결말을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게 바로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로 손꼽히는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다.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첫손에 꼽히는 그녀는 50년 넘는 시간동안 80권 넘는 작품을 쏟아냈다. 103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40억 부 이상 팔려나간 기록은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이다.
인물들을 모두 모아 범인을 밝혀내는 그녀의 방식이 이토록 강렬하게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한 곳에 모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이 한층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대부분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면식범의 소행을 다루며 범죄 동기는 유산상속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설정은 인간사를 바라보는 크리스티의 냉철한 시선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죄는 가족 간에 저질러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을 남기기도 한 크리스티가 치정이나 보험금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21세기 인간들의 모습을 봤다면 “그럼 그렇지”라고 혀를 차며 또 다른 소설을 써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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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영화 '헤이트풀8'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을 연상시킨다. /사진=영화 '헤이트풀8' 포스터 |
한편 크리스티는 미스터리를 쓰기만 한 게 아니라 스스로가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1926년 겨울, 30대 중반의 크리스티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몰아 집을 나선 뒤 열흘 동안 행방불명 됐다.
사람은 없이 차만 발견돼 사건성이 더 짙어졌지만, 알고 보니 호텔에서 가명으로 숙박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던 그녀는 작품세계 바깥에서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도도한 문체로 세상을 내려다보듯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그녀의 마음속에도 번민과 고뇌는 파도를 치고 있었던 것일까.
여왕의 사망 후 40년이 지난 오늘, 긴 인생을 오롯이 미스터리에 헌납한 크리스티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티의 대표작 10권을 모은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를 선택해도 좋겠고, 그녀의 소설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영화 ‘헤이트풀8’을 택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 2016년 1월 12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