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종합편성채널에 자주 출연 중인 한 선배에게 흥미로운 뒷얘기를 들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 6일,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전문가’들의 전화기가 울렸다고 한다. 핵실험이 대한민국의 운명에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쏠릴 것이라고 봤고, 내심 시청률에 대한 기대도 당연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예상은 빗나갔고 결과는 처참했다. 상승이 기대됐던 시청률은 오히려 급전직하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핵 이슈를 포기하고 안철수나 김한길 같은 정치인들의 이름을 다시 거론하자 낮아졌던 시청률이 회복됐다는 사실이다. 7일부터는 핵에 대한 얘기보다는 북한에 관한 신변잡기적 화제들이 주로 방송됐다.

북핵 문제에 무관심해진 한국인들에 대해 한 언론은 ‘핵노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핵 이야기는 재미(잼)가 없다(No)’는 뜻이다. 그나마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종편 시청자들에게까지 북핵 문제는 외면 받고 있다.

국민들이야 핵에 대해 ‘노잼’의 태도를 견지해도 될지 모르지만 군인은 다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4D 작전이다. 영화를 볼 때 좌석이 진동하고 바람이 부는 그 4D가 아니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을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4D 작전의 부각은 북핵의 실전배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현실과 직결돼 있다. 이제 기존의 작계(작전계획) 5027로는 ‘레벨업’된 북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작계 5027은 북한이 남침했을 경우 버틸 만큼 버티다가 미 증원군이 도착하면 반격을 시작한다는 골자로 구성돼 있는데, 북핵이 실전화 됐을 경우 우리에게 ‘버틸 시간’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 북한군이 사용중인 122mm 방사로켓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를 대체하는 것이 바로 작계 5015다. 변경된 작계의 핵심은 북한군의 공격 징후가 뚜렷할 경우 예방적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미 작년 여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서 작계 5015를 적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리고 작계 5015에서 ‘맞춤형 억제전략(TDA)’과 함께 핵심을 구성하는 내용이 바로 4D 작전이다.

이르면 올해 3월 키 리졸브 연습에서부터 4D 작전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군사위성, 그리고 탐지거리 1천km 이상의 X-밴드 레이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통신감청 등의 수단을 동원되는 종합 훈련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장비가 최소 1분 이내 북측의 위협을 탐지하고 5분내 좌표를 식별해 사용 무기 선정과 발사 결심 등의 과정을 완료해 20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 훈련의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전략무기에 탑재된 순항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핵미사일과 국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 등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D 작전의 세부적인 내용이야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닌 대다수 한국인들의 뇌리에서는 ‘노잼’의 저편으로 곧 떠내려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북핵의 위협이 대한민국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4D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4D 작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한 이유다. 관객 없는 극장이 존재할 수 없듯, 국민적 합의와 결연한 의지 없이 4D 작전은 불가능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