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의 탈당에 “무척 아프다”는 한마디로 심경을 토로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문재인 대표는 13일에도 탈당의 아픔을 입당으로 치유하는 행보를 계속했다. 더민주는 전날 양향자(49)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이날 재정전문가인 김정우 세종대 교수를 영입했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의당은 13일 창당준비위원회 인선을 단행하며 총선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민주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과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은 이날 탈당선언을 하고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로써 광주는 현역의원 8명 중 4명이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광주의 다수당은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바뀌었다.

더민주는 ‘탈당의 썰물에 입당의 밀물’로 맞서면 새로운 바람을 자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권노갑 상임고문의 탈당에 “지금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의 움직임은 무척 아프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당에서 영입하는 인사들, 10만 명에 가까운 온라인 입당자는 우리 당의 새로운 희망”이라고자위했다.

   
▲ 문재인·안철수 양쪽의 러브콜로 몸값이 뛰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잔류냐 탈당이냐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박영선 의원 홈페이지
더민주는 12일 삼성전자 최초 상고 출신 여성임원인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13일에는 기획재정부 국고국 과장 출신의 재정 전문가인 김정우 세종대 교수를 영입해 당의 경제행보에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양향자 상무의 영입에 대해 “양 상무는 학벌·지역·성별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하는 아이콘”이라며 자랑했다. 이날 양 상무는 눈물의 입당식 회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민주 8번째 영입인물인 김정우 교수는 강원 철원 출신으로 지난 1996년 행정고시(40회)로 공직에 입문, 20년간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 과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세종대 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교수의 부친은 김철배 더민주 강원도당 고문이다. 김 고문은 12~15대 총선 철원·화천·양구 지역에서 다섯 번(보궐선거 한 차례 포함) 출마해 낙선했다. 대를 이은 아들의 설욕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김 교수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국정원 제1차장, 김선현(영입취소) 차의학대학 교수, 오기형 변호사, 김빈 디자이너,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더민주의 8번째로 영입인사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안철수 양쪽의 러브콜로  몸값이 뛰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잔류냐 탈당이냐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12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만든 당의 분당사태로 인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하는 결과를 본다면 과거와 현재에서 두 분의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면서도 “두 분을 보호하고 살려내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정치개혁의 새 물결에 헌신하느냐, 야권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 지점에 깊은 고민이 있다"는 글을 올려 잔류냐, 탈당이냐에 대한 고심이 현재진행형임을 밝혔다.

박영선 의원의 거취는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거취와 당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재인 대표도 안철수 의원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도 13일 상임부위원장에 김한길 의원, 집행위원장에 박선숙 전 의원을 각각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인선에 돌입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선결과를 발표했다. 부위원장 겸 전략위원장에 김영환 의원, 부위원장 김동철·문병호 의원, 정강정책기초위원장 황주홍 의원, 당헌기초위원장에 유성엽 의원을 선임했고 이태규 전 창당실무준비단장이 창준위 실무지원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국민의당 창준위는 선거구 실종사태와 관련 총선연기 검토를 주장해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창준위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 자신의 입장임을 시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총선이 불과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사상 초유의 무법적 선거구 실종사태가 초래되고 말았다”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에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 공범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서 벌써부터 ‘남 탓’의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에서는 총선 이후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를 비판하며 더민주를 탈당했지만 ‘안철수다운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대선정국에서 다시 살림을 합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더민주 일각에서는 수도권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안철수 정치가 성공하려면 ‘안철수의 생각’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더민주 분당의 시발점은 친노패권주의가 한 몫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었다. 안철수의 리더십은 뭘까? 이 물음 자체가 안철수 신당의 불안감에 대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