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멘토'로 활동했던 김종인(76) 전 의원을 20대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이는 조기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내분을 돌파한다는 계획으로, 거물급 영입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가칭 국민의당의 '안풍'을 잠재우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문 대표는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 실현을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김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 인선문제를 확정한 뒤 한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키고 김종인 박사를 당 선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을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칭한 뒤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김 박사의 지혜와 경륜이 꼭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내에 당내 동의를 진행한 뒤 김 박사를 중심으로 총선 필승을 하고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해 총선 관리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우리 시대 과제인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유능한 정당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의 불평등에 맞서는 심판(의 장)으로, 낡은 경제세력과 새 경제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지금까지 여러번 '앞으로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당 대표 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으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그 실현을 위해 내려놓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광주 등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을 추가로 임명하기로 했으며, 호남을 근거지로 가칭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의 통합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대표는 당초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무게를 두고 '김종인-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카드를 추진했으나, 박영선 의원의 고사 등으로 일단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선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문 대표는 일단 인재영입 등 일상적 당무를 맡게 된다.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친손자로, 김병로 선생의 고향은 전북 순창이다.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6공화국 시절 보사부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으며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했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여당의 핵심 공약을 성안해 선거 승리에 기여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경제민주화 후퇴"라며 비판해왔다.

한편 그는 안철수 의원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대선 출마를 검토하던 때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