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로 포장된 거북한 정치입문 스토리, 현실 부정하는 인식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고졸 여성임원 출신의 양향자…차별 혁신하는 아이콘?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여성인재로 영입한 양향자 삼성전자 전 상무가 언급한 출마의 변이 지난 며칠간 세간의 화제였다. 더민주는 양향자 삼성전자 전 상무의 출신과 걸어온 길을 들어 ‘입지전적인 인물’로 추켜세웠다. 양향자 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호남출신 고졸여성 임원으로, 1985년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한 뒤 지난 2014년 상무로 승진한 바 있다.

양향자 전 상무는 더민주 입당 기자회견에서 “박사급 연구자가 수두룩한 글로벌 기업에서 고졸이었던 제가 기업의 임원이 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양 전 상무는 자신이 지난 세월 겪은 것들을 떠올린 듯, 기자회견문을 읽던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출신과 학벌이 어떠하든,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전 상무에 대해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학벌, 지역, 성별 등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하는 아이콘이며 모든 월급쟁이, 고졸자, 직장맘의 롤모델”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현실부정, 자기부정…양향자의 눈물은 감성팔이

양향자 전 상무의 스토리는 일종의 정치판 신데렐라로 포장되어있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거북하다. 양 전 상무는 온갖 유리천장 등 자신이 30년 간 몸담고 있던 기업에서의 차별을 언급했지만, 이는 현실을 부정하는 처사다.

어느 기업에서도 승진은 어렵다. 하다못해 임원을 달고 상무이사를 하는 사람은 한줌에 불과하다. 당신처럼 상무까지 승진 못하고 그만둔 주위 박사학위 동료들은 모두 차별 받았다는 말인가. 오히려 중졸 고졸 대졸 박사가 모두 동일한 임금을 받으며 다함께 사이좋게 승진하는 조직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정년 보장되어있고 국민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일반 사기업의 모든 직장인들은 구조조정 퇴직의 리스크를 안고 일한다. 노력 없이 모두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지상천국은 없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왼쪽) 입당 소개를 하고 있다. 전남 화순출신인 양향자 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여성 임원이다./사진=미디어펜

양향자 전 상무는 본인이 고졸에다 여성 출신임을 강조했지만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국내 최고의 인사관리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는 회사에서 임원으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CEO가 모셔온 슈퍼스타 직원이 아닌 이상, 온갖 노력과 능력에 타이밍과 인맥까지 겸비해도 뚫기 힘든 바늘구멍이다. 양향자의 눈물은, 스스로 온갖 노력을 통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지난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처사다.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양 전 상무는 잘못 짚었다. 누가 정당하다고 평가하나. 그리고 열심히 살기만 하면 성공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양 전 상무의 ‘정치입문의 변’은 열심히 살아온 자기 자신을 알아달라는 얘기에 머무른다.

정당한 대가와 성공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가치판단이다. 욕심이 없다면 개돼지처럼 살아도 편안하다. 욕심이 있다면 어떤 성과를 얻더라도 배고프다.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 정년퇴임할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이상 열심히 산다고 해서 평탄한 길이나 결과가 보장되어 있는 자리는 단연코 없다. 눈물 어린 감성팔이 이면에 있는 양향자의 문제의식은 세상에 대한 한풀이로 읽힌다. 개천에서 난 용이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멋진 한풀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