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두산그룹 상장주식의 주가가 동반 폭락세를 보이면서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장에서 두산중공업은 전일 대비 11.75% 급락한 1만4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도 각각 10.1%, 5.81%씩 하락했다. 지주사인 두산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7.97% 내렸다. 지난 6일 자사주 15% 이상을 추후 3년 동안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주가의 내림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두산그룹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초까지 불거졌던 ‘1S 3D’(STX, 동양, 동부, 두산)의 부도 위기설이 결국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STX와 동양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체됐고, 동부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이 2014년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매각 절차를 밟는 등 기나긴 구조조정을 거쳐야했다. 최근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을 LG화학에 팔기도 했다.
다른 3그룹에 비해 선제적인 대응으로 잘 버텨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그룹에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1S 3D의 위기설은 결국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두산그룹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건설·조선·플랜트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산의 재무구조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지난해 3분기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62%에 달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도 265%, 227%로 모두 200%를 넘겼다.
특히 지난해 말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으로 내몰면서 파문을 일으켰던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수한 밥캣 때문이다. 49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밥캣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49억 달러 중 10억 달러만 자체 자금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39억 달러는 산업은행(12억 달러)과 수출입은행(7억 달러) 등 미국과 한국 금융권에서 차입하면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3분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가 지급한 이자는 4751억원에 달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셈이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는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공작기계사업부를 사모펀드인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C PE가 제시한 금액은 1조3600억원으로 실사, 계약 협의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순 경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
여기에 두산그룹이 다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6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면세점을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돈 들어갈 곳이 생긴 것이다.
지주사 두산은 면세점 진출을 위해 2000억원을 차입했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지주사 두산이 자회사 DIP홀딩스가 보유한 KAI 지분 4.99%(총 487만3754주)를 총 3046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15일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차질을 빚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조속한 시간내에 SC PE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 급락세는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무산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리스크 우려는 지속되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공작기계사업부의 매각이 두산인프라코어에 그리 득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장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와 그룹에 별 도움이 안되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