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1월 12일 <20대 총선-속지말자 ‘정치용어’>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남발하는 정치용어로 ‘통합’, ‘중도’, ‘분열의 언어-’금수저-흙수저, 헬조선, 갑질‘을 선정해 이런 용어가 가져오는 사회적 폐해에 대한 분석·비판이 이어졌다. 또 성장과 미래를 이야기 하지 않는 용어, 대한민국 정체성만 흔드는 ‘분열용어’를 걸러내기 위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기조강연을 맡은 송복 교수(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이 무슨 약속이든 남발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로 그 어떤 책임도지지 않으며 둘째로 도덕 윤리의식이 철저히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그러나 수준미달 국회의원이 계속해서 지키지도 않을 정치구호를 외칠 수 있는 데는 사리판단을 하지 않고 그 말을 믿고, 금새 그들의 잘못도 잊어주는 일명 ‘급망증’에 걸린 국민들 잘못도 크다”고 일침했다. 아래는 송복 교수의 기조강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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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정치인들의 말, 정치구호는 왜 언제나 그러한가
정치인들이 구호를 남발(濫發)하는 것, 무슨 약속이든 쉽게 하는 것은 첫째로 책임(責任)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호 그들의 약속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왜 그런 구호, 왜 그런 약속을 했느냐고 아무도 책임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책임을 묻지 않으니 벌(罰)도 없고 죄(罪)도 없다. 물론 죄의식도 없다.
이유는 제도적으로 죄도 벌(罰)도 없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면책특권(免責特權)이란 것이 그것이다. 면책특권은 의회 안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한하지만 의회 밖에서도 꼭 같이 행해지고 있다. 정치인은 의회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행태고 습성이다.
예부터 이기언 무책(易其言 無責)이란 말이 있다. 말을 쉽게 하고 약속을 함부로 하는 것은 책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은 사교(邪敎)교주 혹은사교신도나 마찬가지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잘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흐리게 하고 헷갈리게 해서 사람들을 잘 속인다. 혹세(惑世)는 갈팡질팡하도록 헷갈리게 하는 것이고, 무민(誣民)은 그렇게 해서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그들은 입만 열면 오직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실제로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이 전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도덕 윤리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표는 표(票)다. 표를 얻어서 의원이 되는 것이다. 오직 의원이 된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며 목적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은 가능한 수단은 다 동원한다. 거기에는 언제나 도덕이나 윤리는 제외된다. 도덕심이 있고 윤리의식이 있으면 그 같은 약속 그같은 구호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도덕 윤리로부터 멀어지거나 등을 져야 거짓말을 할 수가 있고 국민을 속일 수가 있다. 도덕 윤리는 양심(良心)을 불러 일으킨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변별하도록 한다. 그래서는 거짓구호, 속이는 약속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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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들이 구호를 남발(濫發)하는 것, 무슨 약속이든 쉽게 하는 것은 첫째로 책임(責任)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호 그들의 약속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왜 그런 구호, 왜 그런 약속을 했느냐고 아무도 책임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책임을 묻지 않으니 벌(罰)도 없고 죄(罪)도 없다. 물론 죄의식도 없다. /사진=연합뉴스 |
셋째로 국민들이 쉽게 현혹(眩惑)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말 그들의 구호 그들의 약속에 쉽게 홀리기 때문이다. 사리판단을 하지 않고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쉽게 속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나치게 급망증(急忘症)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급망증은 너무 빨리 지난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홀려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순간 「아 당했구나」 생각하고는, 금새 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다른 선진국 유권자들에 비해서 망각력이 유독 심하다는 것이다. 쉽게 현혹되고 쉽게 망각하고, 거기에 우리는 또 대중추수성향(大衆追隨性向) 이 남다르다. 대중추수성향은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남 따라, 특히 수가 많은 무리 따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다시 돌아와서 국민을 속이고속이고 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헛된 구호를 내세우고 헛된 약속을 하고 또 하는 것이다. 그 반복으로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은 좀체 향상되지 않는다.
넷째로 우리 국민들에게 주권의식과 책임의식이 너무 박약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권이 있는 것만큼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 또한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양손에 칼을 쥐고 있다.
한 손에는 주권이라는 칼을, 다른 한손에는 책임이라는 칼을 잡고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놓으면 안 된다. 주권을 놓으면 독재자를 모셔오고, 책임을 놓으면 사기꾼을 불러온다, 독재냐 사기냐는 국민의 손 국민의 마음에 달렸다.
주권자로서 대표자를 선출하고 정부를 구성하는 주권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그들에게 잘잘못의 책임을 묻는 주인 노릇도 해야 한다. 정치인이 거짓구호를 내세우고 그들이 주인인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머슴인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게 하는 것은 내가 주인 노릇을 잘못하고 내가 주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