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선거대책위원회 발족 등을 계기로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탈당이 예상됐던 호남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조율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표가 사퇴할 경우 "문 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그간의 탈당 명분이 성립되지 않는데다 최근 호남에서 더민주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가칭)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들이 당 잔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탈당 기류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영록 박혜자 이개호 의원이 전날 만나 '탈당 결정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탈당할 가능성이 거론됐고 박 의원도 18일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탈당 시기를 결정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 사퇴가 우리의 요구 사항이었다"며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주변의 많은 정치선배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의견을 조율하고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탈당 기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주 탈당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윤석 의원도 "문 대표가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호남 민심이 변화를 보이는 것과 관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탈당 결심을 미룬 배경에는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호남의 더민주 지지율이 32%로 국민의당의 30%을 소폭 앞서는 등 호남 민심이 요동친 까닭이다.

또 안 의원 측이 '현역 의원과 공천은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자칫 탈당했다가 신당에도 합류 못 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남권 의원 중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은 탈당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소식과 관련, "자기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나는 나간다. 상황 변화는 없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이 가운데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박 의원의 탈당을 막는 것이 다른 호남권 의원의 당 잔류 결정을 끌어내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 이날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시일에 만나자고 요청하는 등 탈당 만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