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교훈 못 얻으면...
파란과 야후코리아에 이어 SK컴즈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모양이다. 희망퇴직자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건 직원들이 회사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닷컴 기업들이 오울드 매체들을 아래로 내려볼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겨우 10여 년 뒤에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무상한 기업 세계인가 보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포털들이 모바일로 올라타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털들이 지금까지 간과했던 것을 경시하고 모바일이 대세라는 둥 하며 바람잡이로 그저 먹으려고 하다간 또다시 실패하거나 ‘말썽꾸러기’를 되풀이하겠기에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포털들을 보면 거의 구분이 잘 안 된다. 전부 ‘1등 따라하기’로 쉽게 사업을 하려는 게 역력하다. 색깔만 다를 뿐 콘텐츠 카테고리가 유사하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의 순서로 네티즌들이 자주 찾는 순위는 같은 카테고리의 콘텐츠 질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콘텐츠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 사업을 하려면 두 가지를 잘 해야 한다. 첫째,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와 생산자를 찾는 일이다. 둘째, 콘텐츠를 잘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네이버는 이 둘 다를 그런 대로 하는 편이지만 나머지 포털들은 콘텐츠에 대해 무지에 가깝다. 네이버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좋은 콘텐츠를 얻으려면 파격적 대우는 못해 줄 망정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기는 커녕 남의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려고 하거나 아주 인색하다. 더더구나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기획과 관리 면에서도 아마추어 큐레이터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차별화에 대한 기본 개념도, 치열한 기획 열정도 부족한 채 선정적인 콘텐츠로 눈길 끌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털은 콘텐츠 회사이다. 뉴스와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이라면 언론사처럼 눈이 핑핑 돌아갈 만큼 긴장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방송사의 경우 내부에 심의실도 있고 외부의 감시와 비판을 받는다. 포털들은 외부에서 콘텐츠를 지적받으면 변명만 늘어놓는다.

포털 경영자들이 콘텐츠를 바라보는 수준은 ‘얼리 어답터’ 눈높이에 머물고 있다.미국 닷컴 기업들의 창업자들을 보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닷컴 기업들은 오로지 돈벌이에만 혈안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콘텐츠 사업을 한다면 공공성에 대한 책임은 자연스럽다. 콘텐츠는 사람의 정신과 감정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지식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뉴스’와 ‘정보’는 ‘끼어팔기 상품’에 불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떠나가는 포털 기업들은 자신들이 콘텐츠 회사라는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설픈 닷컴 지식과 숙성되지 못한 경영 마인드을 가진 사람들이 콘텐츠를 우습게 보고 주물럭거리다가 사업을 철수하고 만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 씁쓸한 뒷맛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