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반발에 정치권까지 압박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애당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된다고 예고됐던 바와 달리 원가 상승 등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상승하는 가맹점들이 생겨나면서 가맹점들의 민원을 비롯해 정치권까지 가세해 카드사를 향한 비난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 과정에서 일부 수수료율이 인상된 가맹점들의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카드사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신용카드사와 가맹점단체, 여신금융협회, 금융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맹점수수료 관련 의견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됐다.
 
간담회 등을 통해 카드사들은 개별 사안별로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등 수수료가 인상된 일부 가맹점들의 수수료 인상을 재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가앰점 수수료 인상은 보류,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라 적정 원가 원칙을 기반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하게 됐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에는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과 연매출 2~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현행에서 0.7%포인트씩을 인하, 연매출 3~5억원 이하 일반가맹점과 연매출 5~10억원 이하는 현행에서 각각 평균 0.3%포인트씩 인하,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연매출 증가로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벗어나거나 원가 상승으로 수수료율이 상승하는 등의 이유로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가맹점들이 생겨나면서 '인하'를 기대했던 가맹점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해 반발이 이어졌던 것.
 
특히나 정치권에서도 가맹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카드사들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영세, 중소가맹점의 경우 2012년 여전법 개정에 따라 금융당국이 우대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지만 일반 가맹점들의 경우 적격비용 즉, 원가에 따라 자율적으로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협상 등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반발로 이어지는 등 카드사들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아예 안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 수준도 상식적으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연매출 5억원 가맹점이 최고 상한 수수료율을 2.5%라고 가정했을 때 연간 수수료는 1000만원이지만 부가세 환급으로 500만원을 돌려받아 결국 500만원이 수수료 비용인데 결국 한달 매출 4000만원에서 수수료는 한달에 40만원꼴로 수수료 때문에 장사를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아무래도 해당 산업의 과도한 경쟁, 수익성 악화 등은 고려않고 모든 탓을 카드사로 돌리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영세, 중소가맹점을 제외한 일반 가맹점들의 수수료 가격결정 등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며 자율화에 맡긴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카드사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시장논리에 의거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 논리가 합쳐지다보니 원칙이 왜곡되고 있다""이에 총선이 끝난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금이야 표심으로 가맹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끝나면 신경이나 쓰겠느냐 오히려 기업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국에서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일단 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정치권 논리를 한단어라도 전달하면 결국 카드사에게는 우리를 관리·감독하는 곳이기 때문에 압박으로 작용한다""사실 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 가맹점, 신용카드사 등의 의견을 들어본다며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자율에 맡긴다는 논리에서 어긋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격개입이 계속되는 한 악순환의 굴레는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우대수수료율 정책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적용받지 않는 곳에서는 계속 불만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정부의 계속된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수납이 의무화돼 가맹점들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정부에서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정부는 시장실패의 원인을 해소하고 빠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