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일내 당 대표직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인 20일 이종걸 원내대표가 44일 만에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최근 사안마다 엇박자를 내며 어수선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문재인 대표의 입장발표가 있던 날 3선의 부산 사하구 조경태 의원은 탈당했지만 당 분열 양상이 점차 수습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박지원 의원은 탈당을 굳혔지만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친분이 두터운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만류와 야권연대의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20일 김상곤 전 혁신위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과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영입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조만간 정동영 전 의원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전북지역의 기대심리가 정체현상을 빚자 정동영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회동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안철수와 거리두는 박지원, 문재인에 쏠리는 박영선 "심상찮네". 안철수 신당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탈당을 앞둔 박지원 의원은 3지대에 머물면서 역할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민주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 표명으로 당 내분이 빠르게 수습되면서 박영선 의원도 잔류와 탈당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민주 탈당 예상 의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관망세로 돌아선 의원들은 국민의당의 당내 엇박자를 내는 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20일 첫 의원총회를 열고 당 추스르기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 평가, 창당 전 교섭단체 구성,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촉구 서명 참여 등 사안마다 엇박자를 냈다. 특히 입법로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영입은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에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라는 비판이 당 밖은 물론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20일 기획조정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절차, 기구들을 내팽개치고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길거리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전대미문의, 참으로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박 대통령이 우리가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길거리 운동, 길거리 민주주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일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서명운동에 대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힌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정치의 본령을 도외시하면서 길거리로 나가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에둘러 설명했지만 변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창당 전 교섭단체 구성도 당초 예상과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이날 열린 의총에서 교섭단체 구성 여부와 상관없이 조기 원내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섭단체 구성의 시점을 못 박지 못하면서 제3당의 역할마저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당 원내대표 후보로는 3선의 김동철·주승용 의원과 재선의 문병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는 44일만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복귀하는 등 멈췄던 정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더민주는 2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당권을 넘기기로 했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선대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분의 핵심으로 꼽혔던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밝히면서 당 내분이 수습되는 분위기다.

선대위원으로는 박병석·우윤근 의원, 이용섭 전 의원, 이수혁 전 독일대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 3∼4명을 포함해 모두 8∼9명가량으로 선대위를 꾸릴 계획이다. 당이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면서 박영선 의원도 거취에 대해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20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상관없이 이번주 안에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호남 민심은 문 대표가 깨끗하게 사퇴하기를 바랐을텐데 전날 기자회견 내용은 선거대책위원회가 제대로 하면 사퇴한다고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어 호남 민심의 흐름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원 의원은 “야권은 이미 분열되어 있고 물론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진전이 없다”며 “중립적 위치에서 당에 소속되지 않고 통합을 주도적으로 하겠단 신념을 갖고 탈당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이 주춤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에 입당한 의원들과 안철수 의원 측근들 간의 내분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총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의 심중은 안철수 신당보다는 일단 중립적인 지대에 머물면서 역할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