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양적완화(QE)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중국이 시장에 유동성을 푸는 서구식 QE를 따라하는 것은 과민한 반응이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에버딘 자산운용의 휴 영 아시아 지역 대표는 21일 삼성증권과 전략적제휴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QE정책이 주식을 포함한 금융자산 가격과 외환시장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에버딘자산운용은 520조원을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다. 영 대표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날과 MGM 보험을 거쳐 1985년 이 회사에 입사해 아시아 태평양 시장의 자산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서구권은 금융위기 해결책으로 통화완화를 선택했고, 이는 매우 느린 회복세로 이어졌다”면서 “국채시장이 가장 명백히 왜곡된 시장으로, 거의 금리가 ‘0’에 가깝다. 국채 대부부은 투자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 대표는 특히 만기가 긴 장기국채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시아지역 채권시장, 특히 인도 국채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고 예외를 뒀다. 인도는 재정상태가 견실하고 성장과 개혁이 기대되는 데다 저유가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 대표는 주식 시장은 날씨와 비슷하다며 날씨가 추울 때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현재 시장의 급락세가 심리에 의한 것이므로 펀더멘털을 중점적으로 보고 주식에 관심을 더 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에버딘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과 아시아 및 신흥시장이다. 미국은 밸류에이션이 다소 고평가된 상태이나 혁신과 변화, 사고에 있어서 상품개발이 역동적인 시장인만큼, 중소형주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영 대표는 특히 신흥국에서 더 유리한 투자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대부분 선진시장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현재 신흥시장에서의 급격한 자금 이탈은 감정에 의한 것으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전제 아래 오히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펀더멘털상 선진시장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지만, 신흥국으로 분류돼 자금 이탈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한국 주식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시장 패닉의 주범으로 중국이 지목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고 성장 둔화, 제조에서 소비 중심으로의 변화 등은 건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영 대표는 유럽에서는 네슬레처럼 스위스 기업이지만 아시아에서 더 이익을 내는 다국적기업이, 일본에서는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 개선에 애쓰는 기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에서는 오일머니에 의존하면서 경제발전을 등한시했던 중동이나 러시아 등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절약하게 된 보조금을 인프라 구축 등 경제발전에 사용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