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촉구 1000만명 서명 운동 '긍정' 평가…경제살리기 민심 대변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입법 마비로 뇌사상태에 빠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론이 점차 확산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대해 일각에서 ‘관제 운동’이라는 지적이 일자 경제단체들은 자발적인 서명운동을 폄훼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삼성그룹에 이어 CJ그룹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도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석유협회, 대한전기협회 등 경제관련 협회도 동참 대열에 나서고 있다.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에 대한 경제주체들이 국회권력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관제라고 폄하하며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는가”라며 서명운동에 동참한 박근혜 대통령을 놓고 관권·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판하며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 후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더민주는 이날 대변인 서면 논평을 통해 “단순한 관제 서명 운동이 아니라 명백한 관권 선거 운동”이라고 비난하며 ”대통령이 여당과 짜고 선거에서 야당을 심판하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라며 불법적인 관권 선거 운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과 달리 이번 입법 촉구 서명 운동은 무능 국회의 횡포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경제계의 자구 운동을 정치 프레임으로 엮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대통령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데 그걸 관제라고 볼 이유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악용, 민생법안을 발목 잡으면서 대통령이 서명했다는 논리를 내세워 정치적 대결의 장으로 끌어 들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점차 뇌사국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성격으로 확산되고 있다.

18일 시작된 서명 운동은 4일만인 오전 8시 현재 온라인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만 9만 명을 넘어섰고 오프라인 서명자들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발적인 국민들의 서명 운동 동참이 줄을 이으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관제·관권과는 분명히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권이 대통령·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무능 국회를 방치한 자신들부터 돌아보라는 경고인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촉구 서명’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주도하는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구체적으로 ‘국회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은 잘한 것이라는 의견이 47.7%,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국회와의 소통과정을 도외시한 처사’로 잘못한 것이라는 의견이 44.0%로 나타났으며 ‘잘 모름’은 8.3%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잘했다 74.1%, 잘못했다 23.1%)과 대전·충청·세종(62.0%, 35.8%)에서는 잘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다수인 반면, 광주·전라(20.6%, 66.1%)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수도권(잘했다 44.9%, 잘못했다 46.9%)과 부산·경남·울산(44.5%, 43.5%)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잘했다 69.5%, 잘못했다 25.1%)과 50대(60.2%, 34.4%)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대다수였고, 40대(29.6%, 58.3%), 30대(35.6%, 54.7%)와 20대(39.4%, 51.5%)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이번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 포인트였다.

이 같은 수치는 진보매체는 물론 보수매체까지 대통령 서명 운동 동참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에 비추어 본다면 의외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의 모습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19대 국회는 이미 최악의 국회라는 벗을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청년 고용절벽과 민생, 안보까지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정쟁에만 몰두해 왔다. 야당은 내분과 분열로 치닫다 끝내는 분당을 맞이했고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끌려 다니며 뭣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국회의장은 자신의 명예와 안위만을 생각하며 입법부의 수장은 포기한 채 법 타령으로 일관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국회만 쳐다볼 수 없는 절박감에 최강 한파의 찬바람속에도 서명으로 국회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마저 또 다른 정쟁의 불씨로 악용한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기 바란다. 19대 국회가 과연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그리고 잊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 심판대에 오를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100만 청년백수와 비정규직·중장년층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대가를 치를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