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은 21일 “저도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여당에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잘못 짚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며 “선진화법에서 위헌소지가 가장 큰 부분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과반수 룰’을 무너뜨리고 60%가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도록 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화법에서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것을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자당에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일단 폐기하고, 국회법 87조에 근거해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로 이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한 뒤 본회의 상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만을 수정한 여당 측의 요구에서 한발 나아가 ‘의결 정족수 5분의 3 이상’이라는 국회 선진화법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장은 “60%의 찬성이 있어야 ‘안건 신속처리 제도’ 적용이 가능하고, 법사위원회에 묶인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려 해도 다시 상임위에서 60% 찬성을 요하는 것 등이 지금의 식물국회를 만든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해법은 ‘신속처리제도’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60%를 과반수로 개선하고 법사위가 법안 체계 자구심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법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본질적 문제에 대한 수정 없이 직권상정 요건만 완화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직권상정이 남용된다면 여야 간 대립을 심화시키고 상임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저는 현행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도 여야가 공히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일하는 선진화법’ 중재안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쟁점법안들을 처리하지 않고 설을 맞을 수는 없다”며 “이제는 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쟁점법안과 선거구획정 문제에 대해서도 그동안 진행된 논의를 바탕으로 타협 가능한 조정안을 갖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