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곳은 노동시장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올해 총선 자리경쟁을 위한 이합집산에만 전념하고 양대 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은 답보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의 ‘절벽에 선 한국경제와 고용시장,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는 모두 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개인의 행복과 직결된 고용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면서 “실직 상태에서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번영도 공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노동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진통과 갈등이 조장되겠지만 반드시 이루어내야 근본적인 위기를 처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연강흠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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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노동개혁,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이겨낸 한국경제가 최근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헬조선, 증시 폭락, 경제 암흑기, 경제 대재앙 등 험악한 단어들이 난무한다.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어 전방위적 경제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도 일찍이 경제혁신과 함께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개인의 행복과 직결된 고용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실직 상태에서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번영도 공허할 뿐이다. 장수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 시스템을 구축해 청년, 중장년, 노년층, 그리고 남녀를 균형 있게 고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통과 갈등이 조장되겠지만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관련지수나 경제자유지수 등을 보면 유독 노동관련 항목은 항상 최하위권이다. 일자리 창출, 임금격차 해소,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추진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 8월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해 9월 15일 타협을 본 것은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다. 정규직 노조 중심으로 편중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고, 청년・비정규직・실직자 등 노동 약자들의 기회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고용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참여를 거부했고, 참여해 타협을 이루어냈던 한노총도 내부 반발로 백지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지난 17개월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근로계약 해지(해고) 사유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 (근로자 비위 행위 등에 따른) 징계해고, 그리고 (업무 능력이나 성과 불량 등을 이유로 한) 일반해고(통상해고)가 있다. 일반해고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해고 사유인 ‘정당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려고 하자 한노총이 민주노총의 주장을 차입해 ‘쉬운 해고’프레임을 내세워 거부한 것이다. 기업도 인사평가 기준과 절차가 더 복잡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결국 노사정 대타협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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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도 그만큼 시급하다. 정치권이 경제살리기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규제와 법안의 고용효과를 검토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
이제 할 만큼 했다고 본다.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기에는 각자 셈법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먼저 직장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근무태만자가 자리를 꿰차고 열정과 능력 있는 청년층을 배척해서 ‘고용절벽’을 고착화해서는 안 된다. 한노총이나 민주노총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 실업자들로 구성된 ‘실업자 총연합회’라도 결성해서 맞서야 할 판이다.
영업적자가 3조원이 넘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협상안을 거부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구조조정 대상인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산업은행의 파업자제와 임금동결 요구를 거부하다 뒤늦게 수용하며, 워크아웃을 방금 졸업한 금호타이어의 노조가 전면 파업을 단행한 소식을 접하면 경직된 노사관계에 개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박근혜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청년・비정규직・실직자 등 노동 약자들의 기회와 처우 개선에 가장 적합한 노동개혁에 정치권이 지원군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개혁은 여야가 계산하고 흥정할 대상이 아니다. 본격적인 법안 심의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기간제법을 제외한 4대 노동개혁법안(고용노동법,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산재보험법)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더 과감해야 한다. 정권의 용기가 필요하다. 타협을 이루지 못한 노동개혁에는 영국의 대처와 독일의 슈뢰더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방송에서 불쑥 ‘금융실명제’ 실시를 선언한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결단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의 위신을 세우고 준엄한 법 적용의 원칙도 세워야 한다.
노동기득권자를 건들지 않고 해결하려면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도 그만큼 시급하다. 정치권이 경제살리기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규제와 법안의 고용효과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재벌 때려잡겠다고 경쟁력 있는 면세점사업 허가를 5년만 내주어 그 동안 노력해서 면세점 영업의 전문가가 된 직원들을 실업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장 야간 개장을 금지해 캐디와 인근 식당들의 생계를 위협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다가는 노동개혁이 정치(국회)개혁으로 표적을 바꾸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터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 대한 글귀를 읊어본다. “만일 사회를 현명하게 조직해서 아주 적정한 양만 생산하고 보통 근로자가 하루 4시간만 일하다면 모두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실업이란 것도 없을 것이다.” 과로사하는 사람과 굶주리는 사람 모두에게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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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귀족노조 기득권에 막히는 등 부문별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