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성남시장 이재명은 2016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중들의 이목을 잘 끄는 정치인이다.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가 만드는 화제들이 반드시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그를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사실 정치인이 하는 시도는 성공이냐 실패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화제가 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시장의 '여론 플레이'가 상당히 능숙하다는 점만큼은 사실이다.
실체를 알고 보면 ‘세금복지’에 불과한 제도들을 ‘무상복지’로 포장해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이재명 시장의 정치방식이 이번에는 ‘청년 배당금’이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부천시 측은 지난 20일부터 ‘청년배당제도’를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 12만5000원씩 연 50만원의 지역상품권을 나눠주는 제도를 논란 끝에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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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권 깡 부른 청년배당금…이재명의 위험한 포츌리즘. 정부 반대에도 올해부터 '3대 무상복지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가 20일부터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중원구 금광2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재명 시장이 청년배당금을 받은 청년들을 격려했다./사진=연합뉴스 |
성남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복지 향상, 취업역량 강화, 지역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게 제도의 시행목적이었다. 정부와 경기도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은 도리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행 즉시 제도의 대상자인 1만 1300여명 중에서 무려 8512명(75.3%)이 10억 6000여 만원을 받아가며 제도를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행 하루만에 ‘이재명 상품권’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중고상품거래사이트인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등에서 상품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품권 액면가의 70~80%의 현금만 받고 팔겠다는 ‘상품권 깡’ 현상이 나타난 것. 이 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 때문에 전통시장과 영세상점에서만 쓸 수 있고,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나 음식점 등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과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 시장의 정치적 욕심이 어색하게 섞여 버려 이도저도 아닌 결말이 나와 버린 셈이다. 행동이 빠른 청년들은 시행 하루 만에 상품권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재명 시장이 활성화시킨 것은 성남시 경제가 아니라 ‘중고나라’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상황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자 성남시는 오는 2분기 청년 배당은 상품권이 아닌 ‘전자카드’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렇게 되면 전자카드를 제작해야 하는 수고가 추가되고, 그 모든 작업은 물론 세금으로 집행될 것이다. 이 시장이야 본인에 대한 뉴스를 세간에 알릴 수 있으니 좋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한 번의 혈세 낭비가 자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성남시가 이재명 시장의 정치 실험실인가?
노숙자나 노년층을 지원할 때 지급하는 상품권이나 쿠폰에는 상당히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다. 현금과 유사한 지원책이 동원될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지고, 아예 현금으로 지원하는 게 사실 가장 정답에 근접한 제도라는 것도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아마도 현금을 지급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도시행 하루 만에 ‘중고나라’로 향한 청년들이 현금을 받았을 때 그 돈을 술값으로 쓰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익명의 한 청년이 지원금으로 받은 돈을 유흥비로 소진했다는 글을 하나라도 올렸을 때 이 제도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고, 그 화살촉은 결국 이 시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청년들이 받은 현금을 그대로 저축한다해도 제도는 그 실효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으니 상품권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전자카드라는 대안도 나온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딜레마는 복지제도에 대한 딜레마와 직결된다. 누구도 공짜로 받은 것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기실 이재명 시장 또한 본인의 돈이 아니라 남의 돈(혈세)을 집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정치적 실험도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려는 어느 정치인의 욕심을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이전보다 더 무거운 부담을 느껴야 하는 거라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이재명 시장의 상품권 실험은 하나의 촌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 해프닝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반면교사의 메시지에는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비슷한 시도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좌파 성향 단체장들이 존재하는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려하지 않는 이들의 실험은 필연적으로 현실의 실패를 낳는다. 정치인들이야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는 편이 이득일지 모르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복지주의자'들은 한시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