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자협회 송년회

나는 인터넷기자협회가 좋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최근 10주년 기념행사도 개최하고, 진보성향 언론협회로서 그 역사가 상당히 깊다. 언론인 단체가 많지만, 나는 인터넷기자협회가 참 맘에 든다. (다른 언론인 협회에 가입한 적이 없어서 각 협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한다. 단지 미디어펜에 근무하면서 타 언론협회에 대해 눈치껏 살펴본 대략적 모습만 알뿐이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직접 참여해서 활동했다. 협회 조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지만, 몇 번의 송년회 모임과 기념행사, 김철관 회장과 만남을 통해서 내린 결론은 인터넷기자협회는 사람맛이 난다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사람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더 좋은 것이 있으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의 탈을 쓴 허위는 정론적 기자를 언제나 샛길로 유인한다. 편법과 불법의 중앙선에서 위험에 노출되고 빠져있으면서도 그런 줄 모르고 살아가는 양다리 언론인들속에서 나는 천상 배고픈 소크라테스처럼 을 고집한다.

펜이 밥 먹여주나 펜을 수평으로 들고, 돈줄 쥔 사람을 겨냥하라구! 돈이 나올때까지 정조준 사격할 것. (그도 사람인데,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겨냥을) 언론은 평화시에도 전쟁이야. 돈의 먹이앞에서 사람이 어딨어 펜을 총처럼 들어 쏴. 쏘지 않으면 굶어죽는거야. (나는 펜을 수직으로 놓겠어요. 나의 적은 내안에 있는 유혹과 거짓과 배반과 사기와 뒤통수치는 술수와 교만이지요. 나의 펜은 정직으로 기록하겠어요. 배고픈 길이지만)

이런 언론정신이 인터넷기자협회에 살고 있었다. 과연 언론은 무엇인가 기자는 무엇인가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펜을 쥔 자의 진정한 사명은 무엇인가 모든 언론인들이 그 사명 기간동안 풀어야할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꽉 묶인 매듭 풀 듯 결코 쉽지 않는...

얼마전, 어떤 지인(知人)과 진지한 전화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오고가는 일상적 대화가 밥그릇과 양심이라는 주제로 흘러갔다. 아주 묵직한 크기로 말과 말이 부딪혔다. 어느 쪽도 결코 양보할 수 없고, 그래서 양립할 수 없는 생존권과 정의문제는 그와 나의 대화로 해결될 주제가 아니었다.

양심의 가치에 더 무게중심을 둔 나의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밥그릇이 필요했다. 그 지인은 장기자님은 아직 덜 배고팠어요. 더 배고프면 밥그릇과 양심중에서 밥그릇을 택할걸요. 생존권은 때론 딸린 식구들, 믿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포함하거든요

그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良心, 즉 좋은 마음은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가치 개념인데, 누가 양심이 있고 양심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양아치로 통용되는 언론인의 현주소가 과연 완전히 틀렸는가 양아치는 긍적적 측면에서 양쪽의 연결고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부정적 의미로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의 뜻이다.

언론의 양아치 군집속에 속한 나로서는 최소한 내가 나에게, 내가 세우고 믿고 신뢰하는 양심의 가치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나의 생존권 문제를 잠시 부탁했던 지인을 향해, 나의 밥그릇이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선배는 그러다가 현대판 이완용이 될 수도 있겠어요. 조선말, 이완용과 같은 선택이 오면 대표님의 논리로는 이완용의 결정도 생존권적 정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완용의 선택이 대표님께 온다면 대표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완용에 대한 나의 견해에 지인은 말을 몇 번 더듬은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내가 좀 지나쳤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이어서 그 심성의 본질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의 바램도 섞여 있었다

지인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가정법을 적용한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 나의 현실에 아직 그정도의 선택이 온 적이 없어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대답 수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요. 대표님. 충분히 공감해요. 말하고서 말한대로 안한 사람이 수두룩한 세상인데, 사실 저 역시 밥그릇 대신 양심을 택하겠다고 지금 말해도 그런 순간에 정말 어떻게 할지 누가 알겠어요. 그저 소중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 뿐이죠

전화를 끊고, 아무래도 내 밥그릇 문제는 물건너 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사람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사람은 사람의 정을 먹고 사는 것인데, 자본주의 동물로 어느새 길들여져 돈을 먹어야만, 비난의 이빨을 드러내야만 배부른 나의 현실이 싫었다.

12. 4. 인터넷 기자협회 송년회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들이 참 좋았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즐길 수 있는 원탁의 테이블에 앉아서 신문사 광고 유치하는 법, 공무원 비판하는 기사 작성법, 눈먼 돈 쉽게 가져오는 비결, 돈되는 기자 비축하는 법, 합법적으로 돈 먹는 법 등등 자본주의 정글에서 언론의 초식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략전술을 배웠다.

김철관 회장의 인사말도 인상이 깊었다.

인터넷 기자협회는 2002년 9월 28일 태동해서 언론정신에 입각해서 어려운 시절 초지일관 진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부분 얼론이 외면했던 미순이 사건에 대해, 인터넷 언론인으로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우리들이 힘을 합쳤고, 결국 언론개혁의 단초로서 미순이 사건이 여론의 중심에 자리했고, 그 진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기자협회가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우리는 얼마전 10주년 기념행사도 가졌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협회의 역사가 지탱해돈 창립정신을 다시 기억하면서 언론개혁과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인터넷기자협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철관 회장은 교수답게 참 고지식하다. 김철관 회장은 보이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시대추상적 언론정신을 지키려고 애쓰는 언론인 중의 한 명이다. 김철관 회장은 이런 측면에서 진보적 보수주의자 같았다. 고지식하다고 꼭 구시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늙음은 곧 변질로서 더 이상 새롭게 되지 못하고, 기성에 고착된 상태다. 최소한 언론정신은 돈 및 권력과 결탁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자세에서 출판한다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이제 또 하나의 10년을 살아갈 것이다. 10년을 이어온 언론정신의 가치는 깊은 뿌리가 되어서 새로운 나무로서 이 사회에 넉넉한 그늘과 유익한 열매를 선물할 것이다.

언론인,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다. 펜을 쥐고서 밥그릇을 걱정할 수 없는 언론인에게 펜의 사명을 일깨워줄 진실한 협회하나쯤은 원론적 본질을 유지하면서 존재해도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