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합집산·노총 총파업 강행…골든타임 놓치면 벼랑끝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곳은 노동시장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올해 총선 자리경쟁을 위한 이합집산에만 전념하고 양대 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은 답보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의 ‘절벽에 선 한국경제와 고용시장,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는 노동개혁을 위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필요하다면 지침을 통해 정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면한 정책과 중장기적 정책을 조합하고 꾸준히 대응해나면서 노동판을 재구축하는 플랜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이승길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바람직한 노동개혁 입법의 방향

Ⅰ. 실물경제는 위기, 노동개혁이 필요

(1) 2016년 정초 박근혜정부 4년차이고 2016년 4월 총선 2017년 대선이란 정치의 계절이다. 실물 경제는 대체로 위기라고 진단한다.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관련 법은 요지부동이다. 물론 노동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안’을 도출해 냈다. 그런데 노동개혁의 현황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법은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고, 노정관계는 갈등관계이다. 노동개혁이 안되면 ‘기업구조조정’도 요원하다. 나아가 저성과자 일반해고 문제와 60세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변경의 정부 지침은 진척이 없다.

(2) 정부는 관련된 노동개혁 입법안에 대하여 간담회, 연구회, 정책세미나 등을 통하여 실질적인 토의를 거쳐서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 그 과정에서 학계의 전문지식을 가능한 한 충분히 반영함으로 국회 및 국민이 심사숙고해 입법을 결단하는데 직간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

(3) 국회에서 노동개혁의 입법이 필요하다. 집권당인 여당의 내부 위원회는 각종 법안을 기초/수정하기 위한 것이고, 야당의 내부 위원회는 정책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동일한 조직과 제도도 사회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론적으로 국회는 입법기구인 만큼 국회의원은 바로 각종 입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실무와 법률에 해박하지 못해 실제로 법안을 기초하는 것은 관련 정부 부처의 공무원의 산물이다.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은 그저 청취만 할뿐 이러한 법안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국회는 노동개혁을 위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지침을 통해 정책을 실현해 나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사진=미디어펜


Ⅱ. 노동개혁의 보완할 쟁점

1. 근로기준법 개정

(1) 통상임금의 해소?

대법원 갑을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1) 이후 최근 노사 현장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간의 협상을 통한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화하기 위하여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입법을 추진하고, 노사합의로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판례법리의 한계를 극복하며 투명하고도 공정한 룰을 확립해야 한다. 이에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으로 ‘1임금산정기간(1개월)’이라는 정기성과 노사 합의로 제외하도록 하고, 제외 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노사합의의 영역을 인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포함 임금’에 대하여 현행은 ‘정기상여금’과 ‘복지적 성격을 지닌 월정급여’도 제외하고 있으나, 향후 개정된 통상임금의 범위와 일치시키는 입법이 요청된다.

(2) 근로시간법제의 정비?

최근에 근로시간단축 입법의 추진과정을 보면, 근로기준법상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철저한 준비과정이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어 논란만 커지는 형국이다. 이에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지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모두 법정 근로시간외 근로라는 점에서 같은 성질(同性質)의 것이므로 다른 가산원인이 중복한다고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법정휴일근로는 휴일근로의 관점에서 법정외 근로로서 평가하기 때문에 주의 연장근로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또한, 세계에서 주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드물고,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률에 관해서도 ILO(국제노동기구)는 권고기준으로 25%를 제시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8시간 이내의 범위에 대해서는 25%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우리나라의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의 지나친 할증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연계해 근로시간법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2)

그리고, 획일적 근로시간관리에서 업무방식과 성과에 연동된 합리적 근로시간관리제도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용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사무직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연장근로를 적용제외해 일정한 연소득, 근로자의 휴식권, 건강권에 대한 배려를 포함된 노사 쌍방이 납득할 수 있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제도’(White Collar Exemption,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의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경영상해고의 요건 강화?

구조조정에 필요한 노동입법으로 국회의 여․야 및 정부가 경영상해고의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특히, 해고회피 노력의 구체화와 우선 재고용의무의 확대 등 기업에게 부담시키는 내용이다.3) 이는 현행법도 산업현장에서 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데, 역행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의 활용을 위한 근로자가 고용을 유지하면서 근로계약 변경의 합리성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변경해지제도’의 신설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선재고용의 ‘의무’제도(2007.7.시행)는 인정하는 근거가 불명확하고, 그 범위가 매우 확대되고, 인정기간은 장기간(3년)이이어서 근속연수와 업무수행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인정 범위를 다양화해야 한다. 오히려 이것은 사회정책상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의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확대 조정하는 바, 실업급여 보장성의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그리고 부당해고구제제도로 ‘금전보상제도’는 분쟁예방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부당해고시 노사 쌍방의 신청에 의한 ‘해고의 금전보상제도(금전해결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4) 다만, 해고보상기준을 설정하는 문제(외국 입법례 등)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해고 분쟁시에 제소기간의 규정이 없는데, 해고 소송시 별도의 제소기간(3개월 정도)을 설정해 해고분쟁의 신속한 해결, 기간 경과로 사실관계가 불분명화해지는 해고분쟁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5)

   
▲ 현실적으로 노사정은 고용 현상에 대한 기본 인식의 차이, 입장 차이 등의 논란이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양보와 타협은 한계가 있다. 고용사회의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과제에 대한 노동개혁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2. 기간제법 개정 - 기간법제의 기간 완화?

노동개혁의 기치로 이른바 ‘장그래구제법(또는 계약직구제법)’을 들고 나왔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조치를 고려해도 청년층은 정규직 전환이 축소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될 것이라고 반발이 크다. 이에 우리나라의 고용보호 규제, 고용비용의 문제, 사회정책에 대한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를 통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의 경우 계약갱신 횟수와 사용사유 등의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의 이동성과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본의 경우처럼 둘 이상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통산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일정한 '공백기간'(쿨링(cooling)제도)을 둔다면 통산하지 않는 예외규정6) 및 기간제로 계약할 당시의 근로조건(계약기간은 제외)과 동일한 수준(‘별도 기준’의 예외)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파견법 - 파견법제의 대상 완화?

현행 파견법과 관련해 변화된 경제환경에서 산업현장에서는 사용업무 및 기간의 제한이 없는 용역 또는 도급근로의 활용으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실적 요구에 따라 고용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파견대상업무를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업종’을 네가티브․리스트화(원칙 허용․예외 불허)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7) 특히, 고령자의 경우 취업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파견 규제를 폐지하려는 정부안은 설득력이 있다.

4. 대체근로의 허용은?

현행 노동법상 예를 들면, ‘대체근로의 허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가 연구가 되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8) 우려하는 불법파업 등에 대해선 엄격한 사법적 조치에 대한 합리적 대응방안인데 말이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에서 “한노총이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고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것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배반하는 것이고, 청년들의 희망을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Ⅲ. 결론

지난 9월 15일의 노사정 대타협은 대승적 결단으로 보여진다. 국내 노동법제도와 관행은 아직도 고도의 경제성장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노동정책에서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추가해 노동시장의 유동화를 촉진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노사정은 고용 현상에 대한 기본 인식의 차이, 입장 차이 등의 논란이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양보와 타협은 한계가 있다. 고용사회의 문제 상황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과제에 대한 노동개혁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물론 노동개혁의 실현수단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입안과정에 이해관계자가 종전보다 관여할 필요성은 커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회는 노동개혁을 위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지침을 통해 정책을 실현해 나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

향후 정부는 당면한 정책과 중장기적 정책을 조합하고 꾸준히 대응해나면서 노동판을 재구축하기 위한 플랜을 가져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노동개혁의 마스터 플랜 2020 내지 2030’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래 지향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진국 수준으로 노동법‧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는 노사정, 그리고 국회는 자기 소임을 다해 노동개혁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퇴직금), 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임금).

2) 할증률의 증감과 연장근로의 감소효과 간의 상관성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으며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3) 해고회피노력의 구체적 예시, 근로자대표 협의사항 확대 및 서면통보 의무화, 신고의무 불이행시 과태료 부과, 우선 재고용 기회 확대(동일업무 → 동일 직종) 등이다.

4) 일본의 경우 근로계약법의 도입시 논의해 추후 검토가 되었다. 노동심판제도의 발전상황에서 보면, 해고분쟁에 대해서도 금전해결의 조정, 노동심판시 금전해결과 함께 근로계약의 해소심판이 가능하다고 해석됨으로 제도의 필요성은 축소되었다.

5) 해고소송 제소기간은 독일 3주, 영국 3개월, 오스트리아 1주, 스페인 20일을 두고 있다.

6) 일본의 근로계약법에서는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6개월 이상의 공백기간(cooling period)이 있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이 1년 이하인 경우 1/2 이상의 공백이 있다면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대상이 되지 않는다(제18조 제2항).

7) 다만, 파견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예방하려면 일본처럼 파견사업주의 ‘마진율’을 공개하거나 그룹내 계열사에 대한 ‘파견비율’의 제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8) 대체근로에 대하여 일본의 경우 쟁의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노동관계조정법, 국영기업노동관계법, 지방공영기업노동관계법 모두에 파업기간 중 대체고용 또는 대체근로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에 의한 쟁의행위 중이라도 관리자나 비조합원 등 사업내 인력을 통한 대체근로는 물론 외부근로자, 즉 대체근로자를 고용하는 등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저지행동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