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과 천정배의 국민회의가 통합을 선언한지 몇 시간 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4월 총선에 연대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이합집산이 본격화 되고 있다.
25일 안철수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과 함께 발표한 통합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 당은 합의문에서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 추진인사들과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몇 시간 뒤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회동을 갖고 양 당의 대변인을 통해 결과를 알렸다. 대변인들은 국회에서 공동 브리핑을 통해 “문 대표는 심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적극 공감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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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천정배 맞손 문재인·심상정 "우리도"…박지원, 김홍걸은 왜?. 안철수 국민의당과 천정배의 국민회의가 통합을 선언한지 몇 시간 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4월 총선에 연대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이합집산이 본격화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로써 야권개편 큰 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은 ‘안철수 사당화’라는 논란에 시달리면서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민주의 탈당파들도 박지원 의원의 탈당을 고비로 주춤한 상태다.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입당보다 제3 지대에 남아 야권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 탈당파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발길이 바빠졌다.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은 직접 천정배 의원과의 회동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정책 비전과 함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안철수 신당은 동력을 잃었고 지지율까지 하락하면서 위기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천정배의 국민회의도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세력 구축에 나섰지만 그동안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으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연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봉착한 것이다. 천정배 의원으로서는 좀 더 세력을 불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묘수를 찾는 듯 했지만 더민주가 안정을 찾아 가면서 현실적인 기대치는 크게 낮아졌다. 결국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의원이 자연스레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정치에 타협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손을 잡음으로서 외곽에 있는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통합의 물살도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민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원외 민주당 김석민 전 의원도 30일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대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에는 박주선 의원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3지대에서 역할론을 주장했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주선, 정동영 이러한 분들도 함께 통합을 하고…또 박준영, 김민석도 함께 한다하는 원론적인 것에는 대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서 성공하면 중통합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통합을 하고, 만약 총선 전에 더민주와도 통합이 안 된다고 하면 승리를 위해서 연합·연대·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해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주선·김민석·박준영 등 소통합 세력이 합친 뒤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야권은 크게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연대,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천정배 박주선 김민석 박준영 박지원을 아우르는 ‘헤쳐모여’의 형태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행보도 분주하다.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를 영입한데 이어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총선연대로 안철수 신당에 맞불을 놨다. 하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김홍걸 교수에 대한 영입 역풍이 불고 있어 또 다른 자충수가 될 조짐이 일고 있다. 탈당한 박지원 의원도 김홍걸 교수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더민주를 탈당한 동교동계와 구민주계쪽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겨냥 “DJ의 정신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아들이 가면 민주당 정통성이 가냐”라며 더민주가 김홍걸 교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몰아 붙였다. 당내 일각에서도 김홍걸 교수가 과거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혁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에 맞서 돌아선 호남민심을 다독일 카드로 내세운 김홍걸 교수가 되레 부메랑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의 이합집산 구태와 무분별한 인재영입을 놓고 앞으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분과 분열만 일삼다 결국 분당의 사태로까지 번진 제 1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서로의 먹잇감을 놓고 정책 대결이나 정체성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모이고 흩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민생·안보를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 ‘새정치’와 ‘혁신’이란 거창한 말로 결코 포장될 수 없는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