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최근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함께 내려가고 있지만 겨울철 실내 난방 등에 주로 사용되는 등유 가격은 유독 낮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피넷 등에 따르면 1월 셋째주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실내등유의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802.27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2014년 말 배럴당 100달러에서 최근 30달러 전후까지 70%가량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주유소 판매 등유 가격은 ℓ당 1200원에서 800원으로 34%가량 내리는데 그쳤다.

등유 가격은 국내유가 급락의 여파가 계속된 지난해에도 ℓ당 900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월 들어서야 800원대로 진입하는 등 저유가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등유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유가 하락분만큼 가격이 내려가기 좋은 조건이지만, 실제로는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유통비용이 높아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기준 등유의 국제제품 가격은 ℓ당 354원이다. 여기에 유류세 182원가량이 붙더라도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ℓ당 560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ℓ당 850원 내외로 무려 유통단계에서 300원 가까운 마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주유소 마진이 각각 ℓ당 70원과 1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등유를 연료로 하는 팬히터, 스토브, 온풍기 등 실내 난방기나 농산물 건조기 등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높은 유통비용이 고스란히 서민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유소 업계는 등유의 경우 수요가 적고, 농어촌 및 낙후지역의 배달 판매가 많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회전율이 낮은 등유를 탱크에 장기간 보관하는데 따른 기회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항변한다.

휘발유나 경유는 모든 주유소에서 취급하는 반면 등유를 취급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점도 가격 하락폭이 낮은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국 주유소 1만2000여개 중 등유를 취급하는 곳은 9400여곳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