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500조원의 기금을 굴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누가 될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임이 임박하면서 일각에서는 실력보다는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 연줄을 타고 사실상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증권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를 뽑는 공모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 설 전인 2월 초에는 인선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의 후보로는 공식적으로는 4명이 올라와 있다.
강면욱(57)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권재완(59) AJ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이동익(58)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정재호(58) 유진투자증권 사모펀드(PE) 부문 대표 등이다.
이들은 각종 인맥과 학맥 등으로 정치권과 얽혀 있다.
강 전 대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의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1년 후배다. 강 전 대표는 ABN암로, 슈로더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자산운용사 사장까지 지냈다.
권 대표는 대구고와 경북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물러나는 홍완선 현 기금운용본부장과 대구고 동기 동창이다. 옛 상업은행, 씨티은행 등 은행권에서 근무하다 2010년 4조원을 굴리는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에까지 올랐다.
이 전 본부장은 경복고와 고려대를 나왔다. 물밑 권력 실세의 한 명으로 꼽히는 정호성 대통령 부속실 비서관과 같은 대학 출신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삼성생명 해외투자팀장,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KIC(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정 대표는 보성고와 성균관대 법대 출신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균관대 법대 후배다. 2013년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때 홍완선 현 본부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BNP파리바,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등에서 투자 업무 경험을 쌓았고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까지 역임했다.
이처럼 후보들이 정치권과 복잡하게 엮인 이유로 투자금융계에서는 정치적 배경이 없으면 기금운용본부장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4명의 후보 중에서 강면욱 전 대표와 이동익 전 본부장 등 2명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종 후보 1명을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취임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들 중 1명을 골라 최종 후보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발되는 기금운용본부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7번째 본부장이다. 본부장의 임기는 2년으로 1년 연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