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겸 비대위원장은 27일 탈당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에게 비서실장직을 제안한 것이 ‘볼모정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앙위원회의 직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비서실장을 초선에서 골라야 해 세 명쯤 고르다보니 멀리 있는 사람은 어려울 것 같고 서울에 있고 나이도 제일 어린 사람이라 정 의원을 골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날 정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날 도와줄 수 있겠느냐 물었다.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 해서 정 전 고문에게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전화로 정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해볼까 생각한다 했더니 번쩍 화를 내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 전 고문이) 화를 내며 무슨 소리 하는지도 모르게 소릴 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걸 가지고 요란하게 이 사람 저 사람 연락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이날 아침 정 의원이 전화를 걸어 온 사실도 스스럼없이 언급, “자신의 선거구가 합쳐질 가능성이 있어 선거구에 가서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고, 거기에 시간을 쏟아야 되기 때문에 고맙지만 (제안을) 사양한다고 해 제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앞서 정 전 고문은 문 대표 체제에 반발해 지난 15일 더민주를 탈당, 제3지대에 머무르며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가칭)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을 추진 중이고, 정 의원은 잔류를 택해 부자간 정치적 선택이 엇갈렸다.

문 대표가 영입한 김 위원장은 최근 선대위 인선에 당 주류 인사를 대거 포함하는 등, 영입 초기 ‘친노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고 언급한 것과 다른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탈당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 의원에 대한 비서실장 제안이 정 전 고문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임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집단 탈당한 뒤 문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영입한 것과 맞물려 동교동계로부터 ‘볼모정치’라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 전 고문은 “더민주가 김 전 대통령 집안을 들쑤시더니 이제는 우리 집안도 부자지간에 나눠진 것처럼 보이려고 들쑤셔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말 악의적이고 악질적이다. 질이 나쁘다”고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