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 높은 전자·자동차 타격 심화
"장기화 가능성…긴 호흡 대응 필요"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올해 산업계 안팎으로 격랑의 한 해가 예고된 가운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올해는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세계 무대에서 생존을 위한 국내기업의 사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중국 제조업 경기의 부진으로 이와 직결되는 국내 산업의 성장둔화가 예고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출 화물이 화물기에 탑재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올해 국내 산업계는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G2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를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금리인상이 신흥국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경우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으며,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면 우리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별로는 건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업황 호전에 따라 성장이 예상되나 자동차, 전자·IT 등 대부분 주력업종은 올해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특히 수년째 수주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은 더욱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발표한 ‘2016년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주택경기를 중심으로 지난해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건설 업종,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돼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정유·유화 업종은 올해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

반면 제조업에 밀려드는 중국발 한파로 자동차을 비롯한 기계, 철강, 전자·IT, 섬유·의류 등 주력업종은 어려운 한 해를, 조선 업종은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건설업종은 그 호조세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건설수주 전망치는 123조원으로 지난해(140조원), 2007년(128조원)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4년 하반기 시작된 부동산 호조세가 주택경기를 중심으로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란 제재 해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공식출범으로 해외건설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상반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심사 강화, 대량공급된 아파트 분양물량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유, 유화업종도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천연·셰일가스(미국)나 석탄(중국)을 주원료로 하는 경쟁국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저유가에 석유제품 수요가 견고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의 경우 배럴당 3달러선(지난해초)에서 8.7달러(지난해 12월)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나 중국경제 둔화로 인한 차이나 한파와 공급과잉(테레프탈산, 카프로락탐) 등 업계의 근본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인수·합병이나 고부가가치화 등 성장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로 매출감소를 겪는 자동차 업종은 올 한 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사상최대치(180만대)를 기록했던 내수판매는 올해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침체중인 러시아(-64.8%), 브라질(-56.4%), 중국(-47.6%) 등 신흥국 수출도 통화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진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등 신차출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자동차업계는 중국 내 판매가 감소한 상황에서 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이는 중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낳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경기 둔화에 엔저까지 겹친 기계업종도 울상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북미지역에서 예상외 호실적을 거뒀던 기계는 올해도 중국 부동산경기 침체와 중국, 일본과의 경쟁 격화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50%를 육박했던 2000년대 중반엔 우리기업 점유율이 지난해 10%를 밑돈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은 사상처음 30%가 올랐다. 업계는 저유가에 따라 EU경제 등 글로벌 소비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업종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내수시장 불황으로 과잉생산된 물량을 지난해보다 29% 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고 있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다만 견조한 건설경기에 따른 철근수요 증가세와 올해부터 공공건설에 시행될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진행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중국에 의해 크게 위축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IT 업종의 경우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5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7.4%)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공격적인 스마트폰 생산과 투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1년 사이 평균가격이 무려 30%나 낮아졌고다. TV 역시 동일한 이유로 수출시장에서 평균 40%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다만 업계는 브라질 올림픽 특수와 대형TV 같은 프리미엄 가전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섬유·의류 업종도 예년과 같이 어려운 한 해가 예고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생산과 수출은 각각 0.4%,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의 수급이 좋지 않은데다 중국경기 둔화로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가 하면, 중국과 인도의 생산증대로 30% 이상의 과잉공급이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미 FTA 5년차로 관세가 철폐된다(2%→0%)는 점이 업계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사상초유의 어닝쇼크를 겪은 조선 업종은 올해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8조원에 달했으며, 설비과잉과 저유가로 올해 수주량도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해양플랜트의 의미 있는 수요개선이 나타나는데 현재 그 절반인 30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일본의 기술력에 맞서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기본 설계력 부족, 기자재 국산화율(20~30%) 저조 등으로 잦은 설계변경과 공기 지연이 예고돼 우리 조선업계의 시름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엔 단기적 경제활성화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동시에 구조개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가문화, 의료 등 내수 서비스 산업이나 신성장 산업 부문에서 규제개혁과 지원 정책을 통해 국내 경제의 미래 성장먹거리를 찾아야 하며, 수출 제조업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내수 서비스 산업에서 규제개혁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부진의 장기화와 세계경제 구조변화로 국내 주요 산업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중기적으로 세계와 국내경기는 부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자율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나 규제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