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권력자’ 발언이 나온지 나흘째인 29일에도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의 성토가 계속됐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제가 볼 때는 (김 대표의 발언이) 전혀 부질없고 쓸데없는 발언”이라며 “그냥 해프닝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를 갖고 한 것인지”라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은 총선 국면 아닌가”라며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 그 권력자라는 게 지금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아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거듭 쏘아붙였다.

이어 “선거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를 따져보더라도 (맞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당 비대위원장이었던 점을 들어 ‘권력자’라고 부를 수 없다고 지적, 선진화법 처리가 문제라면 당시 의원들의 공동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진화법의 경우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라는게 하루 아침에 원숙하게 성장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진통과정”라며 “공천이란 게 당내 민주주의의 시험대나 마찬가지인데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도 발전 과정에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어느 한 국면을 갖고 이야기하면 갈등만 생기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문종 의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김 대표가 의도를 갖고 말하는 것이 확실하다. 실수라든지 아니면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말하지 않는 걸로 봐선 계산된 발언”이라며 “그 발언이 결국 김 대표가 말하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온갖 수모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켜내고 있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말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지금 선거공천관리위원단을 구성할 수 있는 전권을 나에게 달라’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김 대표의 이런 말이 일관성이 있는 건가. 정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공천을 하겠다고 말하는건가 의아하다”며 “김 대표가 20대 총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좀 궤도를 이탈할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김 대표의 친박계를 겨냥한 듯한 ‘완장’ 발언에 대해서도 “완장 찬 사람들에 대해 뭐라고 나무라는 의도도 있겠지만, 사실 그 ‘완장 찬 사람들’로 표현한 사람 중 대표되는 사람을 아마 비난하고 싶은데 비난하기 어려우니까 아마 완장이란 표현으로 사용해서 비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회의에 참석해 “(선진화법 제정에) 거의 많은 의원이 반대를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언급했으며, 26일에는 ‘새누리당 2030 공천설명회’에서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 돼왔다”고 말해 이틀째 ‘권력자’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또 27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선 최근 공천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친박계를 염두에 둔 듯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