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맞손·호남민심 팔이…'새정치' 버린 '헌정치' 더민주 2중대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국민의당이 바다에 뜨자마자 물새는 소리가 들린다. 창당도 전에 컨벤션 효과가 걷히고 밑천이 드러나는 게 일단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5일 공개(18~22일 조사)한 정당별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당은 전주보다 3.6%포인트 하락한 17.1%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22일(19~21일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13%로 더불어민주당(19%)에 밀렸다. 전주에선 더민주와 안철수 신당이 19%로 같았고, 2주 전에는 더민주는 19%, 안철수신당은 21%였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도 더민주(32%)에 밀려 26%였다.

한국갤럽 조사의 경우, 이번 주부터 ‘국민의당’으로 조사됐다고 하니 안철수 이름이 빠진 것도 지지율이 빠지는데 하나의 원인이 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뜨자마자 두드러진 하락세를 설명하진 못한다. 국민의당 스텝이 꼬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만 모아서 이상론을 펴는 것과 현실정치를 ‘어떻게’ 하느냐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점 때문이다.

새정치라는 ‘말’로 인기를 얻었던 안 의원과 국민의당은 자기말의 덫에 걸려 있다. 낡은 진보와 부패 청산,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구조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이런 ‘낡은 정치’를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386 운동권 세력을 겨냥해 ‘낡은 진보’와 연대하지 않겠다더니 당 내에서는 벌써 야권연대 주장이 툭툭 나온다.

얼마 전 합류한 천정배 의원은 “(더민주와 선거연대는) 앞으로 조정해야 될 중요한 쟁점”이라며 “적어도 비호남에서의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방안들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고, 주승용 의원도 “수도권 후보 난립으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는 데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어부지리를 막겠다고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낡은 정치’로 손가락질하던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 아닌가. 안 의원은 더민주 시절 기소만 되도 공천에 불이익을 줘야한다고 당을 비판했으면서 뇌물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총선불출마할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 새정치라는 ‘말’로 인기를 얻었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은 자기말의 덫에 걸려 있다. 낡은 진보와 부패 청산,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구조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이런 ‘낡은 정치’를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봉건적 지역주의 구습 따라하는 게 새정치인가

안 의원의 적극적인 지역주의 정치행보도 예전 말과 다르다. 안 의원은 2013년 말경 광주지역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역주의와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갇혀 차선도 아닌 차악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며 상대방 폄하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낡은 사고와 체제를 이곳 호남에서부터 과감하게 걷어내 달라” 이런 말과 달리 안 의원은 호남 정치복원, 뉴DJ를 외친 천정배와 역시 호남정치세력을 강조하는 박주선 등과 결합했다.

충격적인 것은 안 의원 스스로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희호 여사가 신년 인사차 들린 자신에게 “(이 여사께서) 앞으로 만드는 정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데 꼭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고 했지만,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단순한 맞장구를 친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 의원이 뻥튀기를 한 것으로 마치 이 여사의 마음이 본인에게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

한 술 더 떠 이걸 몰래 녹음한 짓이나 유출된 과정을 보면 정치공작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아무리 더민주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지만 안 의원의 행태는 구태 중 최악의 구태다. 지금이 무슨 봉건시대라도 되나. 이희호 여사로부터 야권 후계자 ‘낙점’이라도 받으면 호남 민심이 우르르 안 의원에게 몰리기라도 한다는 얘긴가.

안 의원이 이 여사의 발언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한 것 그 자체가 구태정치, 낡은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후로 안 의원 발언이 사실이네 아니네 하면서 김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하고 안 의원측을 비난하는 그 과정의 공방은 웃지 못 할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을 향해 1인 여왕 정치라며 비난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수준이란 것이 고작 호남 민심을 얻겠다고 고인이 된 전 대통령 부인의 발언의 진의나 왜곡하고 그 아들을 입당시키는 것이었다. 북한식 세습정치도 아니고 그게 무슨 꼴불견인가.

현실론에 안착한 새정치는 구태의 총집합

새정치를 하겠다는 안 의원의 낡은 정치 사례로 국민의당 부산창당대회에서 안 의원 측근을 시당위원장으로 추대하려다 벌어진 몸싸움과 같은 추태도 빼놓기 힘들다. 그 광경을 보면 아무리 급해 벌어진 일이려니 해도 국민의당에서 당원들의 민심을 모으는 내부 민주적 절차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안 의원의 중도개혁정치도 마찬가지다.

천정배 의원은 노무현정권 때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단식농성까지 한 인물이다. 그때 그가 노 대통령을 향해 한 말이 “한미 FTA 협상은 민의를 외면한 경제 쿠데타이자 제2의 을사늑약”이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때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원리주의자로 이념적으로 강경한 인물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안 의원이 이런 천 의원과 손잡은 것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 수립에 참여했던 김근식 교수를 영입1호 인사로 받은 것도 안 의원이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안 의원 자신이 비판하던 기존의 구태정치를 안철수 버전으로 스스로 실행에 옮기면서도 지지율이 빠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놈이 그놈’ 이란 생각에 민심이 꽂히면 그나마 세가 큰 곳에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더민주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이유다.

안 의원의 말 정치가 실천으로 옮겨지면서 새정치가 헌정치로 나타나는 이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밖에 없다. 그 초심이라는 것은 안 의원이 내내 외쳐왔던 새정치이지, 세(勢)정치가 아니다. 교섭단체와 같은 형식논리에 매달리니 세정치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지역주의 조장, 호남 민심 팔기, 구태정치와 같은 온갖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정치가 말정치 이상론과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안 의원의 조급함이 자신을 급격하게 구태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호남 민심은 몸집을 키우고 이희호 여사의 낙점을 받을 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치열함으로 비전과 희망을 보여줄 때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