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에 걸맞는 처방…"힘든 회사 활력 회복"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사실 요즘 우리 제조업계 전체가 힘듭니다. 산업혁신운동이 당장의 매출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영광CNC를 방문했던 효성의 임원의 ‘이럴 때일수록 버텨야 한다’던 격려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잘 버텨내려면 혁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남 김해에서 2011년 설립돼 철구조물 금속 가공 전문사업을 하고 있는 영광CNC. 이 회사는 가족과 친척들이 주요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수 10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여성 CEO인 김나경 대표가 가족친화경영으로 좋은 일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편안함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있듯, 영광CNC는 직원 간 배려는 깊은 회사였지만 관리적인 면에서는 허술함이 절정에 달했다. 공장 내 작업현장에 여기저기 공구가 널려있어도 모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등 환경이나 설비관리, 업무 프로세스 등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참여기업들은 산업혁신운동을 통해 상실한 자신감을 다시 찾는데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 대한상공회의소

이에 김 대표는 회사의 작업환경은 물론 공정을 효율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들겠다고 판단하고 '산업혁신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

산업혁신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현장진단이 실시되면서 그간 숨겨졌던 혹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다. 서로의 익숙함이 지나쳐 설비나 소모품 관리는 예전 방식 그대로를 답습해, 미리 전조 증상을 파악하거나 소모품 소진을 예측하지 않았다.

“헛돈을 많이 썼다”는 김 대표의 말처럼 회사는 설비관리 면에서 심각한 수준이었다. 설비 주변에 불용품이 쌓여 있고 분진 발생이 심각했던 점도 개선이 시급했다. 무엇보다 이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 작업자들의 사소한 부상이 발생했다.

원재료와 완성품, 장기 보관품들이 구분되지 않아 불필요한 공정 대기 시간을 들였던 작업장 레이아웃도 중요한 개선 과제로 떠올랐다. 정돈되지 않은 공구나 소모품을 찾느라 한참의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타성에 젖어 있던 의식도 달라져야 했다.

이에 현장 작업 환경 개선과 공정 레이아웃 개선,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직원 의식 변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현신운동이 진행됐다. 불필요한 용품이 산재해 있고 설비와 공구의 보관 상태가 어수선했던 작업장이 깔끔하게 정돈되는 등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히 이뤄졌다.

산업혁신운동을 전개하던 초기에는 오랜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하나 둘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변화에 대한 전직원의 의식이 달라지면서 성과는 점점 두드러졌다.

작업 현장과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면서 작업의 능률이 올랐고, 사소한 부상도 훨씬 줄었다. 아울러 레이아웃 개선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깨끗해진 환경으로 작업자의 건강과 작업효율이 높아졌으며 고객사의 신뢰도 더 높아졌다.

산업혁신운동으로 이뤄낸 영광CNC의 변화는 주변에서 더 높이 평가했고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모기업인 효성의 임원이 2차 협력사 중 최고 성적을 거둔 곳이 궁금해 영광CNC를 방문하기도 했다.

“뭔가 도와줄 일이 없냐”는 효성의 임원의 물음에, 김 대표는 “1차 협력사로부터의 거래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답했으며 이는 실제로 한 1차 협력사 대표의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짧은 기간 동안 기초 단계의 혁신 활동을 했는데도 그 성과는 매우 컸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지금도 지속적인 혁신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차년도, 3차년도 사업도 진행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혁신운동, 성과개선·일자리창출 동시에

   
▲ 산업혁신운동 2차년도 우수사례로 선정된 자동차 시트 프레임 전문 중소기업인 조양산업의 생산 현장. 이 회사는 혁신운동 이후 생산불량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 대한한상공회의소

영광CNC의 사례처럼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산업혁신운동은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을 견인하며 동반성장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혁신운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공기관이 출연한 동반성장 투자 재원을 활용해 2, 3차 협력사의 공정·경영 컨설팅, 관련 설비구입 등 생산혁신을 지원하는 운동이다. 

1차년도(2013.8~2014.7)에는 대기업 등 관련 기관이 435억원을 출연해 총 195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각각 2000만원 범위 내에서 컨설팅이나 관련 설비구입을 지원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진행된 2차년도에도 지난년도와 동일한 금액규모로 2027개 업체에 지원됐다.

산업혁신운동 중앙추진본부가 28일 발간한 ‘산업혁신운동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산업혁신운동이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의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2년간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거두면서 국내 제조업 경쟁력 향상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2차년도 참여기업 가운데 1238개사의 혁신활동 성과를 조사한 결과 불량률, 납기준수율 등 성과지표는 기업당 평균 64.3% 개선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820억원, 기업당 7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583개 참여 중소기업이 1886명을 신규 채용하고, 460개사가 총 240억원(1개사 평균 5200만원)을 신규 투자하는 등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2차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한 기업 CEO들은 산업혁신운동이 무력감에 빠져 있던 중소기업들이 다시 한번 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산업혁신운동은 3차년도(2015.8~2016.7)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49개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ICT 기반기술을 제조공정에 접목한 스마트공장 보급을 339개사로 확대하고 있다.

중앙추진본부는 이번년도에서는 졸업기업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혁신활동의 기반을 다지는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참여기업 CEO 및 임직원 생산혁신교육 △국내외 혁신우수기업 벤치마킹 프로그램 운영 △우수기업 포상 등 참여기업의 내실화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