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사상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9일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내달 16일부터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새롭게 예치하는 자금(당좌예금)에 연간 수수료를 0.1%를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민간 은행의 예금에 대해 연 0.1%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0.1%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이에 따라 구로다의 금융완화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2013년 시중 자금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리고 위험 자산 매입을 확대하는 이른바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단행한데 이어 전례없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채택하는 등 '양·질·금리'의 3박자 완화로 디플레이션 탈출에 나서게 됐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매입 등을 통한 시중 자금 공급 규모는 연간 80조엔(803조원)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연간 매입규모도 현행 약 3조엔(30조원)에서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또 일본은행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물가(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전망을 '1.4% 상승'에서 '0.8% 상승'으로 하향조정했다.
더불어 '물가상승률 2%' 목표의 달성시기를 종전에 설정한 '2016회계연도 후반쯤'에서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전반쯤'으로 미뤘다. 목표 달성 시기를 연기하기는 이번이 3번째다.
일본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원유 가격의 하락에 더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자원보유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짐으로써 금융시장은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설비투자 및 임금인상에 대한) 기업 심리 개선과 국민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심리)' 전환이 지연되고 물가 기조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은 "이런 위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2% 물가안정(상승) 목표'를 향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더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해 들어 중국 경제 부진 등을 배경으로 '엔고·주가하락' 조짐이 보이자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3일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 완화든 무엇이든 금융정책을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양적·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단행했고 이듬해 10월 추가 완화를 발표했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 교도통신은 "은행 대출 증가와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촉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하면서도 "부작용도 커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