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발목잡는 국회선진화법
2013-03-05 16:46:06 | 이서영 기자 | mediapen@mediapen.com
여야 합의 없으면 법률통과 쉽지않아... 위헌소지도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9일째를 맞고 있으나 정부조직개편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무정부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쟁점은 방송 플랫폼인 케이블,위성,IPTV,전파 등을 독임제인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관할하느냐 여야가 3대2의 구도로 구성한 방통위에서 처리하냐가 관건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어디에서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업무가 나눠먹기식으로 분산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정부출범지연의 1차적인 책임은 여야간 정치력부재로 보는 것이 맞다. 그중에서 굳이 여,야 누구때문인가라는 묻는 다면 민주당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법에는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관례상 새정부의 인수위가 제안한 조직개편안은 국회에서 통과시켜 왔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야당인 민주당보다더 큰 책임소재가 있다. 바로 극단적 대립상태에서 표결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국회법이다.(일명 국회선진화법 내지 몸싸움방지법). 이 법은 18대국회인 2012년 5월 2일국회에서 통과되어 19대 국회부터 시행된 법으로 해머와 전기톱, 최루탄이 난무한 18대 때의 국회 폭력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주요하게 3가지를 도입하였다.
우선 국회의장직권상정을 사실상 폐기한 내용이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해서는 천재지변이나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합의 등 세 가지 요건에서만 가능하도록 요건을 강화시켰다.
두번째는 다수당이 단독으로 법안처리를 위한 장치인'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의 도입이다. 하지만 그 요건이 까다로워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라는 평가이다. 다수당이법안을 단독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법안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상임위에서 3/5가 동의하거나 국회재적의원의 3/5이상이 동의해야 한다.그렇게 해서 패스트트랙법안으로 지정되더라도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법사위에서 최장 90일을 기다려야 한다. 법안신설,개정이 거의 헌법개정(2/3) 이상으로 힘들어진 것이다.
세번째는 필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권)의 도입이다. 소수당은 특정 법안에 대해 시간 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를 이용할 수 있다.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소수당이 다수당견제가 가능해진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중지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이 필리버스터 종료를 요구하면 된다.
이와 같이 국회선진화법은 몸싸움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긴 했어도 다수당과 소수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법안통과가 힘들어지는 폐단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한헌법49조를 위반하여 위헌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삼는다.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 통과가 계속 미루어지다보니 새누리당의 이한구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정당이 지나치게 소수 지지기반의 이익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고 인사청문법 상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다"며 "이것이 되풀이되면 선진화법이든 인사청문회법이든 개정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에 이어 두번째 문제제기이다.그는 지난 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계속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인다면 국회 선진화법을 이대로 갖고 갈 수 없지 않나"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