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14년 서울시장 낙선,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도전 무산 등으로 국내정치에 함구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특히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전 의원이기에 이번 발언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 재개’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31일 정몽준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폐기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블로그에 ‘북핵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핵에 상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있을 때만 핵을 없애는 협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만간 북한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우리로서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에서 우리는 모두 배제되고, 주권국가의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온갖 굴욕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라며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인접 적대국이 핵무기 실험을 할 때 대충 말 폭탄이나 쏘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 "북 핵실험에 고작 말폭탄"…정몽준 핵무장론 주장 배경은?. 31일 정몽준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폐기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연합뉴스
정몽준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우리는 절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남북 비핵화선언은 한 쪽이 깨면 성립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이미 폐기됐음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NPT 탈퇴에 대해 “NPT 제 10조는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회원국의 경우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국가가 비상상황에서 자위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이번 발언의 배경에 대해 “수년 전부터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역설이야말로 냉전의 교훈”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의 북핵 제제가 미온적인 것과 관련 대북해서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감싸는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중국 사이에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한 북핵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도움을 받는 것은 난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실제 핵 보유를 추진하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엄청날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에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지, 지금처럼 논의 단계부터 우리 스스로를 얽어 매는 것은 알아서 기는 패배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정몽준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을 놓고 FIFA 회장 출마 좌절로 국내 정치에 복귀하는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정치권 일부의 의혹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정 전 의원의 측근은 “총선 불출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가져왔고 북핵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입장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