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자동차 등 주력업종 숨가쁜 성적표…긴축경영 예고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주요 대기업과 주력업종 대표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을 공개했지만 주력기업의 수익성이 대부분 후퇴 돼 관련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가 정작 수출에서 부진을 겪게 되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표출된 것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대외환경 속에 IT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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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저조한 실적한 기록한 IT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올해도 글로벌 경제와 대내외 여건의 불투명으로 인해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제는 중국과 신흥국의 경기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저유가 등의 불투명한 대외변수가 불가피해지면서 올해 기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IT전자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늦춰지거나 악화되는 모습이다.
우선 IT전자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조1400억원으로 5분기 만에 영업이익 증가세가 꺾였다.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 둔화로 실적 회복을 주도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주춤한데다 스마트폰 사업도 좀처럼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3분기에는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환율 영향(약 8000억원대)이 있었지만 4분기에는 원화 강세로 완제품 사업을 중심으로 약 4000억원 수준의 부정적 환율 영향이 발생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은 200조6500억원으로 4년 연속 200조원을 돌파했지만 전년에 비해 외형 자체가 줄어들면서 한창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5601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8%, 전분기 대비 18.7% 늘어나면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을 관할하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도 분기 첫 흑자(97억원)를 올리고 TV와 생활가전도 선방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력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이 적자를 이어가면서 본격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산업의 4분기 실적 역시 부진했다. 현대차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6.1% 수준인 1조5151억원에 머물렀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은 사상 최대인 92조원을 달성했지만 신흥국의 통화가치 약세 등에 따른 수익성 둔화로 영업이익은 6조원대로 하락하며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51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에 출시된 신형 K5와 스포티지 등 신차와 RV 차종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2조3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해 상반기 부진의 여파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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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수출액이 36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5%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5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 연합뉴스 |
철강업계에선 대표기업인 포스코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96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가 하면, 석유화학업계에선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352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났지만 2~3분기 연속 5000억원을 넘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지난해 87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나 분기별로는 고르지 못한 성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건설업계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4분기 영업이익 267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저유가와 경기침체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려웠지만 연간으로는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달성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5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연간으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0조 클럽에 가입했고 신규 수주도 2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의 진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들의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7% 성장 마지노선이 무너졌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유가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업계는 4분기 주요 기업들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는데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올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외 변수를 지켜보면서 긴축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 여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경우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선 수출 부문의 새로운 시장 발굴과 히트 상품 개발을 통한 신규 수요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