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대표되는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이 2월 중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ELS와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를 더한 광의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99조6109억원이었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작년 12월 말 98조4090억원이었는데 한 달 새 1조2019억원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이달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예·적금을 제외한 국내 금융투자 상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월 말을 기준으로 82조244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84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 사상 첫 기준금리 1%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목표를 제시하는 파생결합증권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됐다.
이렇게 되자 전통적인 ELS 판매처인 증권사 외에도 은행권까지 ELS를 신탁 형태로 재포장한 주가연계특전금전신탁(ELT)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ELS 대중화'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작년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분기 말 90조5169억원을 기록하고 나서 2분기 말 94조3817억원, 3분기 말 96조3486억원으로 불어났다.
연도별로는 2010년 22조4000억원이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2011년 말 38조8000억원, 2012년 말 51조6000억원, 2013년 말 63조2000억원, 2014년 말 84조1000억원에 이어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불과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다섯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한편 이번에 눈에 띄는 점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급락과 저유가 장기화 여파로 ELS와 DLS에서 대규모 손실 위험이 급증했는데도 1월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 증가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8000대 초반인 H지수와 3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지금을 ELS 매수 시점으로 인식하면서 상당한 자금이 들어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대량 원금 손실 사태가 불거짐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 조건을 확 낮춘 보수적 구조의 상품을 내놓거나 아예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늘린 것도 시장 자금 유입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은 1월 녹인 배리어가 35%까지 내려간 연 목표 수익률 4.40%짜리 3년 만기 ELS 상품을 시중에 내놓았다. 주가지수가 가입 때의 35% 미만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으면 연 4%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 밖에도 H지수와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기존 발행된 파생결합증권의 조기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해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도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월 ELS 조기 상환액은 4473억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즉, 기존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으로 중도에 나올 길이 막혀 통상 3년인 만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 동안 신규 투자가 소폭만 늘어도 전체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이 커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