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오는 8~25일 장거리미사일 실험 발사를 예고하면서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대표에 시선이 쏠린다.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은 2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을 쏘아올리기로 했다고 통보한 날에 동시에 이뤄졌다. 중국 측의 북한 방문 전 사전 조율 기간이 있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은 우다웨이의 방북을 확실히 유도하기 위해 로켓 발사 통보를 서둘렀을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잇따른 미사일 발사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 측의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첫 실시된 중국 고위관리급 방북이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게다가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은 지난 2014년 3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례적으로 우다웨이 대표의 평양 도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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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2일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오는 8~25일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을 쏘아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자료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북한이 우다웨이 방북에 맞춰 로켓 발사 통보를 하면서 벌써부터 중국정부의 북한에 대한 설득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국 언론은 “중국정부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3일 “우다웨이 대표가 방북했을 때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이 발표된 것은 분명 중국정부에 샤마웨이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샤마웨이(下馬威·하마위)’는 시작 단계에서의 본때, 호된 맛을 의미한다.
우다웨이 대표는 방북 이틀째 평양에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찾았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 만수대언덕에 높이 모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동상을 찾아 3일 무대위(우다웨이) 중국 정부 조선반도문제 특별대표와 일행이 경모의 정을 표시하였다”고 전했다.
우다웨이 대표는 평양에서 김계관 제1부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부상 등 북한 외무성 고위 관리들과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미와 이견을 보여왔다. 한미가 ‘강력하고 포괄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합당하고 적절한’ 수준을 주장해왔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 돼선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라는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고강도 제재를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은 지난달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이뤄진 것이다. 사실 케리 장관의 방중 이전에 미중 간 냉기류가 있었다.
중국은 거듭 “긴장 국면이 계속 악순환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북한을 설득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실패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중국에만 의존하려고 들어서는 안된다. 6자회담이 정체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개별 당사국이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일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실현시킬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다웨이 대표는 이번 방북 기간 동안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엄중한 분위기를 전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우다웨이 대표의 방문에도 아랑곳 않고 미사일 도발에 나선다면 중국의 대북 관리 능력 상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북중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제재안의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루캉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조선(북한)은 당연히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지만 현재 조선의 이 권리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어정쩡한 발언이다.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에 이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공식 입장을 발표, “북한의 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계획은 유엔 안보리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를 우롱하는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언급한 ‘혹독한 대가’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와 한미일 등 각국의 양자 제재, 제재 이외의 다양한 대북 압박수단 등을 망라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의 폐쇄나 축소 등 우리 정부의 강력한 독자제재가 포함될지 여부도 거론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내외에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개성공단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폐쇄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방문·체류 제한 외에) 추가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답한 것도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