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단결 다지고 대화 통로 열어둔다
우리 나라는 두 개의 치명적인 외부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하나는 북한 리스크이고 또 하나는 독도 리스크이다. 현재 이 두 개의 리스크가 동시에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설립 9년만에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며 위협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곧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은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일본의 보수파 정치세력은 작년부터 우익단체들을 앞세워 독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부추기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한국을 자극하고 재일거주 한국인들에 대한 우익행동단체들의 위협을 방치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 국민의 일상적인 삶과 행복보다는 공허한 이념과 애국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언론의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경직된 체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집권 초기의 불안한 체제를 핵 위협을 통해 강화할 속셈인 것 같다. 북한체제는 오로지 최고 지도자의 판단과 지혜에만 의존해야 하는 매우 극단적이고, 그러므로 매우 위험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1인자의 오판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흔히 일본을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일본을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은 세습정치인과 관료 엘리트 중심의 계급사회이며, 우익단체들이 이들의 행동대 노릇을 하면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의 정신과 감성을 때로는 억압하고 때로는 선동하며 권위적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이다. 일본은 형식만 민주주의일 뿐, 보통 시민들이 제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사회문화를 지니고 있다. 지금 무분별한 우익행동파들의 목소리에 언론도, 지식인들도, 경제인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이런 맹목적인 체제를 이웃으로 두고 있는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인류 역사에서 독재체제는 반드시 멸망했다. 먼 사례를 들 것도 없이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의 군국주의와 독일의 나치주의와 이태리의 파시즘의 독재체제가 연합국의 민주체제에 도전한 결과 패전했다.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중공의 공산독재체제는 민주국가들과의 체제경쟁에서 스스로 자멸하고 일정 분량의 민주주의를 수혈 받아 지금 번영과 행복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다지고 독재체제와 권위주의적 체제를 갖고 있는 북한과 일본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가 극단적인 위협을 보일 때일수록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되 외부적으로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지도자들과 국민들의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그 다음, 상대가 내부적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직 체제이므로 언제나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쥐가 도망갈 구멍이 없으면 고양이에게 덤벼든다고, 너무 코너로 몰지 말고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북한 체제는 어차피 붕괴하게 돼 있다. 가장 평화적인 해결방법은 내부적인 모순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는 최후의 순간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으므로 우리가 이를 재촉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독도 준동과 아베노믹스도 기존의 방법으로는 경제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자 마지막 카드로 극단적인 충격요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경제침체의 원인은 내부에 있음에도 외부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일본은 보통 국민들이 민주참여 의식을 고취시켜서 용기 있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여 시대착오적인 보수 정치인과 우익행동파들을 잠재워야 한다.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섬나라의 폐쇄성을 탈피하고 세계의 보편적 흐름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국민정신 운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인정하지 않는 과거사 인식을 견지하는 한 정치는 물론 경제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보통 시민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여 일본의 민주주의를 더 뿌리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과격한 국수주의적 정치인들과 우익들에게도 이성적 대화의 통로를 열어 두는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이와 같이 전례 없이, 두 개의 리스크를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처는 칭찬받을 만하다. 박 대통령의 차분하고 단호한 자세는 중심을 잡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나아가 국민과 믿음 주는 소통으로 화합하고 단결된 의지를 보여준다면 이번 위기가 그동안 쌓였던 갖가지 난제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호기로 삼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가져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