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를 먼저 생각하면 혁신은 절로 나온다
통신3사들의 1/4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각사가 수천 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 2조원이 넘는 막대한 보조금(마케팅비)을 쏟아 부은 결과다. 전년 동기 대비 보조금이 적게는 25%에서 많게 39%나 투입된 것이다. 2조원이 연구개발비로 사용됐더라면 세계적인 혁신상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 포춘지에서 구글 CEO 래리 페이지에 관한 글을 읽었다. 래리 페이지는 이른바 비저너리(visionary)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래리 페이지는 미래는 컴퓨터에 의해 자동 운전되는 무인자동차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오랫동안 투자해왔다.

그의 무인 자동차는 이미 실험실 단계를 넘어서 주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시내 주행을 테스트하고 있을 정도로 실용화에 한발 성큼 다가서 있다. 영국의 글로벌 광고회사 CEO인 마틴 소렐 경이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그는 구글이 제공한 무인 자동차로 그가 묵었던 호텔에서 본사까지 복잡한 시내거리를 통과하여 안전하게 이동하였다.

구글은 얼마 전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구글 안경도 시제품 체험단을 모집해 현재 리뷰 중이다. 실용화된다면 애플의 아이워치보다 더 파괴적인(disruptive)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들은 국내 기업인 카카오나 네이버에 비해서도 혁신성이 떨어진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 카카오와 네이버는 그래도 CEO부터 직원들까지 ‘치열함’이 살아 있다.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창조하고 있는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상상력이 빈곤한 관료 출신들과 시효 만료된 경영이론들을 머릿속에 마구 구겨 넣은 전문경영인들이 전권을 행사하는 일부 통신사 기업들이 혁신상품을 만들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창조’와 ‘혁신’은 생생한 현장 지식과 자기희생도 불사하는 주인 의식, 철저한 고객 중심 사고에서만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은행에 엄청난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런가. 오로지 투자해서 이윤 남길 궁리만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가치를 생각하면 투자할 곳은 많다. 고객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여 그에 맞는 혁신 상품을 개발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이것이 동서고금의 변하지 않는 ‘부의 원리’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재벌 후계자들과 그들의 하수인으로 ‘예스맨’ 역할이나 하는 스펙만 화려한 경영자들이 우리 나라 대기업들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창조 경제’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