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거래 '뚝'·분양시장은 주담대로 '찬바람'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웃돈은 커녕 찾는 발길도 없다" "한겨울에 가게 난방비 마련하기도 어렵다"
전자는 올들어 최고 청약경쟁률로 화제를 불러온 대구 대신동 'e편한세상 대신'의 인근 중개업계의 얘기다. 후자는 매매에다 치솟는 전세가로 거래가 끊기면서 생업유지에 노심초사하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 공인중개사의 하소연이다.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이다
.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 지난해 열기와 광풍은 간데 없다
.
|
|
|
▲ 올해 전국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삼호의 'e편한세상 대신'은 분양권 프리미엄도 당초 예상보다 3분의 1수준인데다 거래마저 뜸하다고 현지 부동사관계자는 전했다. |
7일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수도권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분양권을 포함한 매물이 급증하는 반면 매수세는 실종되는 등 매매와 분양 시장이 급랭 중이다.
연초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점증, 투자 심리가 급냉된 시장은 짙은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계약갱신의 임대차 주택을 제외한 거래 시장이 한겨울이다.
▲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예상되고 있다. 기주택 시장의 침체는 분양시장과 재건축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개포주공 1단지.
새해 청약경쟁률 126 대 1, 최고 경쟁률 545대 1로 대구의 청약광풍을 재현하는 듯한 삼호의 'e편한세상 대신'은 분양권 매매가 찬바람이다.
"당첨 후 프리미엄이 4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얘기는 근거없는 소문이었다" "고분양 일반분양분의 초기 계약금을 낮추면서 투자세력을 끌어들이는 과열기 분양기법을 적용, 물딱지 전매 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분양 전후의 속사정을 터놓는 대구 중구 대신동 E공인중개사의 얘기다. e편한세상 대신은 로얄층의 웃돈이 1000~1500만원 호가되고 있으나 매수세가 뜸하다. 심지어 조합원 매물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 베라힐즈
. 미분양분이 상당량 남아있으나 찾는 매수자가 뜸하다
. 지난해 말 최고의 주택브랜드에 착한 분양가라는 호평 속에 평균
10.45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
, 분양한파 속에서도
'중소형의 착한 유명브랜드는 통한다
'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
|
|
|
▲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 베라힐즈는 평균 10 대 1이 넘는 경쟁률로 1순위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으나 저층 중심으로 미계약분이 남아있다.주택담보대출규제를 발표한 지난달 계약을 진행한 영향도 크다./미디어펜 |
래미안 베라힐즈의 분양성적 부진은 인근 후속 단지분양의 발목을 잡았다. 이달 중 분양예정인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녹번(녹번 1-1 재개발사업 일반분양)은 현장 견본주택을 이미 개설했으나 한겨울 북한산에서 몰아치는 찬바람 이상의 시장 냉기류로 인해 언제 문을 열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분양시장과 기존 매매시장은 선순환 구조다. 매매시장에 활기를 띌 때 분양시장이 살고 분양시장에 생기가 돌 때 기존 주택매매시장의 막힌 숨통이 트인다.
"시장이 외환과 금융 등 양대 위기 때와 다름이 없다" 서울 강남구 반포동의 H부동산 중개사는 한탄부터 내놓는다.
그는 "매물은 쏟아지는 데 매수세는 없고 전세와 월세 등 임대차 거래도 뜸하다"며 "이미 올라갈 대로 올라간 전세의 보증금을 반전세로 돌리고 있으나 매수자는 소수 학군 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월세를 포함, 매매도 거래 단절이라는 얘기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주택 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1만98건으로 나타났다. 한해 전 같은 달에 비해 20% 격감했다.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31.53% 늘어나면서 연간 누적거래량이 한해 전에 비해 50% 가까이 급증한 것과는 딴판이다. 매매시장의 체감경기가 급격 냉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 강북구의 G공인중계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시행 전인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줄었다”며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기 위해 내놓은 매물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기주택 시장 거래의 감소는 지난해 청약광풍으로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 중이다.
실제 지난해 청약광풍 지역이었던 위례신도시와 동탄
2신도시 등에서는 한 때 분양권에
1억원 넘게 붙던 프리미엄이 사라지거나 심지어는 기존 분양가보다 마이너스 된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
|
|
|
▲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기존주택 시장의 침체는 분양시장과 재건축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예정인 개포주공 1단지./미디어펜 |
재건축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포주공 1단지와 둔촌주공 등 아직 이주가 시작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은 집단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규제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재 거래가 급감하면서 호가가 4000만~5000만원 전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2신도시 N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분양시장 열기를 통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대출을 적극 권유하더니 올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규제를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주택정책에 집을 산 서민들이 갈수록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H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규제 강화는 분양시장에 설상가상으로 작용했다”며 “매매 등 기존 주택 시장의 위축은 주택건설경기에 발목을 잡는 악재로 연중 작용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설 연휴 이후 분양과 매매 등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매매수요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며 ”재개발 재건축으로 멸실주택이 갈수록 증대되는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시장이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