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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
제19대 국회 마비시킨 비토크라시는 與野 야합의 산물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체제 아래서 제19대 국회가 보여준 '비토크라시’, '입법 병리현상’, '대의민주주의의 오작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본고에서는 여야 야합의 산물인 비토크라시가 낳은 정치실패에 대해 해부하고자 한다.
1. 비토크라시(vetocracy)를 초래한 '국회선진화법’, 누구의 책임인가?
김인영 교수(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19대국회평가 연속토론회 정치분야에서 소위 '국회선진화법’과 관련, <박근혜 정부와 여당을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야당의 거부권(veto) 행사>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진 비토권(veto power)으로 인해 법안 처리의 주도권을 넘겨주었고, '제왕적 야당’의 등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또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을 시의 결정 방식(플랜 B)이나 또는 전시(戰時) 상태는 아니지만 긴급한 경제 위기와 같은 국가 비상상황에서의 국회 운영에 대한 컨팅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입법의 불비(不備)를 지적한 내용,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난 파행적 국회운영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국회선진화법이 여야(與野)의 야합의 결과라는 데 대한 지적은 미흡하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12년 5월 2일. 당시로서는 누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당인 통합민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상대방이 청와대를 차지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상대방을 골탕 먹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당시 여야의 최고지도부가 대선을 앞두고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자신들의 개혁적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 했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면에서 볼 때 국회선진화법을 추진했던 여당 내 포퓰리스트들은 지금의 사태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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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이 국회선진화법 상에 미미하게나마 존재하는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번번이 극단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뿌리에는 386운동권 세력의 반의회주의적, 반대한민국적 사고(思考)가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만일 2012년 대선에서 통합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장면을 보고 있을까? 아마 통합민주당은 다른 야당과의 연대와 '의원 빼오기’를 통해 간신히 과반의석을 만들었을 수 있겠지만, 새누리당의 '비토크라시’를 극복하지는 못했을 것이고, 새누리당은 '비토크라시’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빌미로 걸핏하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야당의 몽니를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지금의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모두 책임져야 할 문제다. 2012년 당시 최고지도부를 포함하는 여야의 야합의 소산이며, 그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2. '타협의 전통이 일천한 정치문화’, 그 원인은?
<초(超)다수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는 엘리트 타협의 전통이 일천한 한국 정치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정치 문화의 원인 즉 대화와 타협의 결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같으면 야당을 일종의 적(敵)으로, 극복과 공작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여당의 '군사문화’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YS의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도 23년이나 지났고, 그 후 여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 수 없이 물갈이가 된 지금 여당에서 '군사문화’의 유습(遺習)을 찾기는 어렵다.
야당이 자행하는 그런 파행의 근본원인은 '386운동권 정치’에 있는 것 아닐까? 야당은 1985년 2.12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혹은 정계 개편 때마다 꾸준히 운동권(특히 386운동권) 출신들을 충원해 왔으며, 그 결과 친노 386운동권이 장악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은 명실상부한 '386운동권 정당’, '전대협정당’이 되었다. 386운동권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을 받아들였으며 조직원리나 행태에서 종북좌파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인 세력이다. 또 이들은 의회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타도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세력이다. 더 나아가 의회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조차도 그들에게는 전혀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노무현당(통합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핵심세력이라는 데 있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 상에 미미하게나마 존재하는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번번이 극단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뿌리에는 386운동권 세력의 반의회주의적, 반대한민국적 사고(思考)가 자리하고 있다.
3. 통진당 사태, 민주당에도 책임 물어야
통진당(통합진보당)의 반민주성, 위헌성은 두 말할 것도 없지만, 통진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서 13석이나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던 야당연대(連帶), 즉 통합민주당과 통합당의 야합에 대한 비판도 빠져서는 안 된다. 야당연대는 단순히 통합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정당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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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모두 책임져야 할 문제다. 2012년 당시 최고지도부를 포함하는 여야의 야합의 소산이며, 그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사진=미디어펜 |
4. 개헌 문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문제점은 살펴봐야 마땅하다. 그러나 헌법 개정시 자칫하면 '통일’을 명분으로 영토조항을 건드리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약화시키거나, 경제면에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개헌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그나마 현행 헌법을 유지하는 것이 1987년 이후 그럭저럭 자리를 잡은 민주주의를 보지(保持)하는 첩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화된 국회권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한 가지 방법이 아닌가 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5. 기타
제19대 국회는 여러 측면에서 극도로 의회정치에 대한 환멸을 야기 시킨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였다. 이는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요즘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회를 우회해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려는 시도나, 국민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것들은 시작은 선의(善意)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칼이 대중동원에 능한 포퓰리스트 정권의 손에 넘어간다면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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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연대는 단순히 통합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정당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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