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하루 앞둔 15일에도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놓고 야당의 도 넘은 발언들이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 특히 불을 당긴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재인 전 대표의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가 또다시 친노 패권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자를 자처하는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연일 ‘'김대중 정신’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안철수와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는 천정배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는 햇볕정책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고 국민 안전 복리에도 도움이 안 되는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칼을 뺐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현 안보위기와 관련해 16일 국회연설을 통해 국회의 협조를 구한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현 안보위기상황을 설명하고 여야를 막론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은 정치적 계산에만 분주해 현 위기상황에 대한 돌파 보다는 대안 없는 비판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대표에게 더민주 당권을 넘기고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과 대북 제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북정책, 대외정책은 철저한 실패”라며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 구태를 보였다.
야권은 현 박근혜 정부나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맞서려 할때마다 할 때마다 ‘전쟁과 평화’라는 프레임으로 긴장과 갈등을 부추겨 왔다. 문재인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공식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지난 11일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시작으로 연일 강경한 목소리로 정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에 이어 안보와 외교에서도 무능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또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오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중 정권에서 문을 연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시절 가장 많은 지원이 뒤따랐다. 노무현 정권 핵심이었던 문재인 대표의 자기변명이다.
문 전 대표는 북한은 매년 70-80억 달러를 중국과의 대외무역으로 벌어들인다. 개성공단 임금으로 벌어들이는 건 고작 1억 달러정도라며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핵무기 자금줄을 끊는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심각한 것은 경제라고 외쳤다. 정말 문재인 전 대표는 경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을까? 대표직을 내려놓을 때까지도 문재인 전 대표는 경제살리기 법안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어 평화가 곧 경제라며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에 진출하는 우리 경제의 출구가 막혔다. 한반도 경제를 축으로 대륙으로 진출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도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정말 평화일까? 그리고 북한의 경제는 정상적인 경제일까? 삼척동자도 다 안다. 경제는 평화가 아니다. 총성없는 전쟁터다. 또 있다. 북한에 퍼붓기식 경제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낳았는지. 북한은 개성공단을 자기들의 달러인출기역으로 생각해 왔으며 걸핏하면 위협의 도구로 악용해 왔다.
문 전 대표는 동북아평화 협력 구상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무너졌다며 박근혜 정권의 무능으로 한반도는 강대국 간 힘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중국·러시아가 자국의 잇속을 위해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낼 뿐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유럽연합 등 대부분의 국가가 대북제재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생각은 어디쯤 머물고 있는가? 아직도 맹신적인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런 문 전 대표를 겨냥해 15일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변했는데도 자신들의 집권 시절 만든 대북 포용정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당내 운동권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전쟁하자는 거냐”를 들고 나온 문 전 대표에 대해 “그 질문을 바로 평양의 김정은 정권에게 던져야할 질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지금 북한의 핵, 미사일 등의 도발에 대해서 이제 대한민국이 정면으로 북한의 핵 야망을 좌절시키기 위해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정부가 전쟁을 한다고 믿고 하는 이야기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가 꺼내 든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는 정치권의 낡은 카드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 때 야권(당시는 집권 여당)은 북에 대한 강경 대응 주장에 대해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등장했다. 천안함 폭침에 당시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 야권은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를 내세워 자식을 군대에 보냈던 부모들의 호응을 얻어 곧 이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문 전 대표가 다시 이런 오래된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국민 불안을 이용해 표를 모으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여야가 정쟁으로 접근하는 것을 자제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급하게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던 입장과는 큰 온도차가 느껴진다. 문 전 대표는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인사 중 한 사람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먼저 통렬한 자기반성과 책임을 느껴야 한다.
다시 한번 되짚자. 전쟁을 부추기는 건 북한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점점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정부의 제재를 놓고 ‘전쟁할 거냐’고 묻는 것은 아군을 향해 총을 겨누는 행위나 다름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든 ‘깃발’ 아래 다시금 친노와 반정부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정쟁거리로 변질시키고 있다. 또다시 ‘북 도발→남·남 갈등→북 평화공세’로 이어지는 허상을 좇고 있다. 정권 흔들기로 고질병인 안보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 생존보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치권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는 적반하장격의 말속에 숨은 그의 본색을 보는 듯하다. 참으로 불치병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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