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의 첨병인 개성공단이 또 멈춰섰다. 잠정중단이 아닌 전면 중단이다. 10일 정부는 지난 1월 핵실험에 이어 2월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강력한 비 군사적 대북경제 제재인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13년 5월 개성공단 잠정중단과 차원이 다른 조치다.
10일 오후 5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한 채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는 극단적인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북한 경제에 단초를 제공하며 남북한이 공동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이어 "그러나 그러한 지원과 우리 정부의 노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면서 "이에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체 따르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5억6000만불)의 현금이 유입됐다. 지난해에만 1320억원(1억2000만불)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9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홍 장관은 "남북 협력을 위해 개성공단 사업을 했지만 북한의 계속된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 신변 안전이 위험하다"면서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제재 차원의 고려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와 정부차원의 제재로 봐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고돼 있고 북한이 실제적으로 도발에 대한 책임 통감을 느낄 정도로 제재를 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개성공단 폐쇄를 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우리 인력 180여명이 체류 중이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 전원 철수할 예정이다.
기약없는 전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정부합동대책반(국무조정실 주관)을 구성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생산이 중단되면 일시적인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해외 바이어들이 요청한 기일내에 납품을 못해서 클레임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정부와 논의를 통해 개성공단을 존속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 당황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후 2시 개성공단 체류인원 추가 축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개성공단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남북협력기금 1조원 이상 마련해 놓고 우리 기업의 피해와 생산 영속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원한다면 대체지를 마련해 당장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졌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에서 기업들의 기계가 멈춰선다면 기업들이 연간계약한 생산품을 납품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 유휴 공장을 찾아 정부의 지원금을 투입해 제품생산을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협의회에 따르면 2003년 6월30일 개성공단 착공 이후 지난해 5월말 현재 입주기업은 124개사, 근로자수는 남측 800여명, 북측 5만3833명에 이른다. 총 생산액은 29억316만 달러 등이다.
개성공단의 업종별 투자현황을 보면, 섬유봉제(72개사)의 평균 투자액과 생산액은 각각 354만 달러, 313만8000달러 등이다. 전기전자(13개사)의 경우 625만6000 달러, 615만 달러 등이다. 이 두 업종은 노동집약업종으로서 투자대비 생산액이 높다. 반대로 기계금속, 화학, 기타업종은 투자대비 생산액이 낮다.
기계금속(23개사)의 경우 평균투자액과 평균생산액은 각각 384만3000달러, 230만 달러 등이며 화학 업종(9개사)은 각각 508만5000달러, 283만 달러등이다. 장기투자와 남북경색 발생 때는 투자회수의 어려움이 많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급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남북경협의 최첨병으로 활약해 온 개성공단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북한은 반성을 커녕 핵실험, 미사일 발사의 미련을 놓지 않고 또다른 방식의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성공단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하지만 남북관계란 언젠가는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끈을 계속 잡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뼈아픈 개성공단 전면 폐쇄 결정이 나왔지만 개성공단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기회되면 살려내야 한다"면서 "북한의 현명한 선택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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