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지상파 3사에 대해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란이 생기고 있다. 특히 KBS가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상파3사의 특혜시비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위원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 마저 일고 있다.
13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KBS MBC SBS등 지상파3사의 일부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방송시장에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방송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지상파에 중간광고까지 길을 터주면 시장의 불균형화는 더욱 심화 될 전망이다.
이미 이경재 위원장은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이경재 위원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이 안좋아 광고에 더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방송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많이 실감하고 있다"며 "연말에 광고제도 자체를 바꾸면 어떨까 하고 실무진에게 면밀히 검토하라고 했다"며 내달 중 방송광고제도개선안이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방통위의 방향성에 대해 방송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등 여러 곳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는 국내 방송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과 시장점유율에서 60~70%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상 방송시장이 지상파라는 일부 사업자의 독점적 구조로 형성된 셈이다. 현행법상 한 사업자의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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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업자별 광고매출 |
'2012 방통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나온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광고매출은 약 61%를 점유했다.
특히 지난해 지상파 3사 방송매출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장기파업으로 매출이 감소한 MBC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같은 기간 전체PP 방송매출(홈쇼핑 지상파계열 제외)은 지상파 3사 방송매출의 58.8%, 지상파 전체 방송매출의 44.9% 수준에 불과하다.
방송시장에서의 중요한 지표인 시청점유율 역시 지상파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방송시장에서 KBS(32.6%) MBC(13.1%) SBS (8.1%) 지역민방 (6.7%), EBS (1.9%) 등으로 순으로 지상파 는 전체 시청 점유율 중 62.4%를 차지하고 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방송시장 구조에서도 지상파는 광고매출과 점유율에서 월등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또 다시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면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4년 이후 2012년까지 총 8회의 방송관련 법령 개정 중 제도개선(규제완화)은 4회로 이중 3회는 지상파가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라는 게 방송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통해 지상파는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허용에 이어 심야방송까지 가능케 했다.
방통위는 KBS 수신료 인상에도 적극적이다.
이경재 위원장도 지난달 중순에 진행됐던 방통위 국감에서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는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인상한다는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을 지난 7월 제시했고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월 1000원의 수신료가 인상되면 2000억원의 수신료 추가수익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래부와 방통위가 연구반을 구성해 논의중인 700MHz 주파수 지상파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700MHz 주파수 대역 108MHz폭 전체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할 계획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40MHz폭만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초고화질(UHD)TV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700㎒ 대역 주파수가 반드시 방송용으로 할당되야 한다는 게 지상파의 주장이다. 이러한 지상파의 주장을 방통위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 듯하다.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는 "UHD TV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상파에 700㎒ 대역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며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한 40MHz폭 역시 지상파로 넘겨 UHD TV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