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공기업 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공기업의 부채규모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02년 68조8000억원이었던 한전 LH 가스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주요 7대 공기업의 부채는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되기 전인 2009년 198조1000억원으로 폭증했다. 8년동안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된 2010~2012년 사이에도 주요 7대 공기업의 부채는 27.6%나 늘었다. 이 기간에 276조4000억원에서 35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7대 공기업의 부채비율을 보았을 때에도 2002년 9%에서 2009년 22%를 거쳐 변경된 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된 2010년 23.6%에서 2011년 25.3%로 증가했다.
주요 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을 비교하면 부채비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KT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으로 변신) 대한송유관공사 KT&G 남해화학 등 민영화된 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00년대초반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의 부채비율 변화는 재무성과인 성장성과 수익성을 변화시킨다. 즉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향상되면 부채비율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더라도 기업이 대규모 신규투자를 외부 차입을 통해 실시할 경우 부채비율은 증가하기도 한다.
주요 공기업의 수익성은 민영화된 기업보다 높았었지만, 2000년대 초반 역전돼 수익성격차가 지속됐다가 최근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영화한 기업의 수익성은 민영화이후 2009년까지 크게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기업보다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는 데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공기업의 경우 정치권과 정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기업으로서 국책사업 수행에 대한 독립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쉽지 않다. 지배구조 상 최고경영자와 내부감사의 임명과정과 임기와 관련해서 정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담당해야 할 주요 사업을 공기업에 떠맡기는 관행도 적지 않다.
정부가 면밀한 사업검토가 요구되는 공공사업을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을 이용하기도 한다. 합리적 투자계획에 따른 예상비용과 편익을 고려하기 보다는 공익을 명분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희생이 강요될 수 있다.
공기업은 연성예산(soft budget)의 제약에 따라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균형이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조직규모를 키우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이로인해 예산과 사업의 확장을 마다할 유인이 약하다. 또 관련시장에서 대부분 독과점지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경쟁제한과 소비자의 선택이 제약되어 있다.
정부가 공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정부가 궁극적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기업은 파산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없다. 민간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주요 사업을 공기업이 맡는 것도 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7대 공기업 총차입금(금융부채)은 공기업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65.7%에서 2009년 73.2%로 증가했다. 회계기준이 바뀐 2010년과 2011년에도 70% 수준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기업의 채무상환능력도 취약해지고 있다. 급증한 총 차입금은 기업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기업이 차입금으로 인해 연간 지급해야 하는 잠정 이자상환부담액은 9조~13조6000억원(2011년 기준) 에 달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기도 쉽지 않다. 2009년 이후 당기순익이 증가하는 공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당기 순손실로 반전된 공기업도 적지 않다.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면 공공요금 인상을 유발하고, 조세증가를 통해 가계에도 주름살을 준다. 최근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보면 공기업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공기업부채를 어떻게 하면 안정화시킬 수 있는가
무엇보다 국가가 채무를 책임을 지는 사업과 자체 사업을 분리하는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함께 중장기 재무계획 수립,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제 도입, 부채관련 경영 평가등도 긴요하다.
공기업 부채를 정부부채로 포함하여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공기업 부채가 예산외(off-budget)으로 분류돼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과 보금자리 주택 등 정권의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수행하는 것도 차입을 늘리는 요인이다. 전력요금 등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것도 공기업 부채를 늘리는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위해선 현재 국가채무 산정에 145개 공공기관의 부채 뿐 아니라 공기업 부채도 반영시켜야 한다. 일반예산에서 다뤄지는 정부 부채는 국회 감시를 받는다. 공기업 부채를 정부부채에 포함할 경우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를 안정화시기키위해선 민영화가 긴요하다. 부실 공기업을 경쟁에 노출시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민영화는 공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대한 정부의 영향을 제한할 수 있다. 또 공기업 최고경영자와 내부감사의 독립성을 강화시킨다. 이는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이나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줄일 것이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의지하지 않고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감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시장의 감시를 통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과도한 부채를 방치할 경우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